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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로 본 세계] IMF 졸업하자마자 'F-35'부터 산다는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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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전투기의 모습[이미지출처=록히드마틴사 홈페이지/www.lockheedmartin.com]

F-35 전투기의 모습[이미지출처=록히드마틴사 홈페이지/www.lockheedmart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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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지난 2010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졸업하게 된 그리스가 F-35 전투기 구매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제 막 디폴트를 벗어난 상황인데다 F-35의 값비싼 가격과 유지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사려는 이유는 터키와의 분쟁 때문으로 추정되는데요.


F-35는 원래 터키가 미국과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가 러시아제 S-400 미사일 방어체제 수입문제로 미국이 전투기 인도를 거부하면서 계약이 파기됐던 기종이죠. 그리스의 F-35 도입은 단순한 전력 강화 측면을 넘어 터키와 미국간 사이가 벌어진 상황을 외교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포석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 7일(현지시간)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의 회담 내용에는 F-35 구매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이날 두 정상의 회담 도중 F-35를 그리스에 판매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의가 있었고, 미초타키스 총리는 "그리스는 F-16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며 2023년에서 2024년 정도에 완료될 예정인데, 그리스는 이 업그레이드 이후 F-35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죠.


F-16V 기종은 지난 1976년 출시된 F-16 전투기에 최신 전자장비 등을 탑재, 업그레이드한 전투기다. 현재 미국의 최신예전투기로 알려진 F-35, F-22 기종에 비해 저렴하고 유지비용은 10% 정도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그리스를 비롯해 동유럽 및 중동, 아시아 국가들의 예약물량이 밀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기종이다.[이미지출처=록히드마틴사 홈페이지/www.lockheedmartin.com]

F-16V 기종은 지난 1976년 출시된 F-16 전투기에 최신 전자장비 등을 탑재, 업그레이드한 전투기다. 현재 미국의 최신예전투기로 알려진 F-35, F-22 기종에 비해 저렴하고 유지비용은 10% 정도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그리스를 비롯해 동유럽 및 중동, 아시아 국가들의 예약물량이 밀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기종이다.[이미지출처=록히드마틴사 홈페이지/www.lockheedmart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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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표면적으로는 그동안 재정난으로 미뤄뒀던 군비 증강에 나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말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F-16 전투기를 개량형인 F-16V로 업그레이드 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죠. 그리스가 보유한 F-16 전투기 150대 중 84대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약 15억달러 정도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F-35 구매는 F-16 업그레이드와는 가격규모가 다릅니다. 그리스는 향후 F-35를 약 30~40대 정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F-35는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사가 가격을 낮췄다곤 하지만, 여전히 대당 8000만달러(약 929억원)나 되고 연간유지비는 520만달러(약 60억원)나 됩니다. 유지비만 따져도 구형 F-16의 10배나 되는 비용이죠.

이제 막 디폴트 상황에서 벗어난 국가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비싼 무기임에도 그리스 정부의 도입의지는 강한 편입니다. F-35 구매의사 타진 이후 미국과 급격히 가까워졌기 때문이죠. 트럼프 행정부는 원래 터키와 밀접한 관계였고, F-35 역시 그리스가 아닌 터키에 100대 이상 판매계약이 체결된 상태였는데 터키정부가 러시아 S-400 시스템을 구매하겠다고 나서면서 이 계약이 파기됐었습니다. 이후 미국정부는 터키에 인도되지 못하게 된 F-35 전투기들을 다른 유럽국가로 판매해 판로를 넓히겠다고 발표했죠.


에게해 일대의 지형.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은 물론 크고 작은 섬들의 영토 분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이미지출처=구글맵]

에게해 일대의 지형.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은 물론 크고 작은 섬들의 영토 분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이미지출처=구글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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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부 입장에서는 F-35가 전력강화 뿐만 아니라 터키와 미국의 벌어진 틈을 외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는 터키, 그리스, 리비아 3국이 연계된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문제가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에게해 일대에 해저유전이 발견되면서 그리스와 터키간 EEZ 획정문제가 시끄러운 와중에, 터키가 지난해 11월, 리비아에 파병을 조건으로 에게해 남부 일대의 EEZ 획정을 체결했기 때문이죠.


에게해는 EEZ 획정의 국제적 기준인 200해리가 안되는 좁은 해역이라 당사국들의 협상을 통해 풀어가야 하지만, 양국은 에게해 일대에 EEZ 획정은 물론 해양영토 분계 역시 제대로 협상을 해본 역사가 없습니다. 1829년 그리스가 독립한 이후 터키와 철천지원수지간이었기 때문인데요. 1차대전 직후에는 양국이 별도로 전쟁을 벌여 터키는 이스탄불 인근의 영토를, 그리스는 에게해 일대 섬들을 점령하며 공방을 벌이고 했죠. 불과 지난 2006년에도 화력전이 벌어졌습니다. 그리스와 터키 전투기들이 에게해 상공에서 충돌해 그리스 조종사 1명이 숨지기도 했죠.


아이러니한건 이때 양국에서 출전한 전투기가 둘다 F-16 전투기였다는 점입니다. F-16은 전 세계에 4000대 이상 팔린 전투기라 중진국들의 주력 전투기로 많이 쓰이다 보니 발생한 헤프닝이었죠. 터키가 미국과의 S-400 문제를 해결해서 다시 F-35 구매에 나선다면, 양국이 같은 록히드마틴사 전투기로 대치할 일이 또다시 발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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