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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서울광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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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저녁 서울광장은 수많은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6.10항쟁 22주년 범국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얼마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야당과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집회는 순탄하지 않았다. 집회가 열리기 전부터 시민광장을 두고 경찰과 집회 주최측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집회 주최측에서 무대차량의 광장 진입을 시도하며 천막 등 시설물을 상설무대 옆에 설치하려고 했고, 경찰은 이를 막아섰다. 끝내 집회는 시작됐다. 오후 7시30분경 무대차량에서 울려퍼진 "여러분, 폭력 경찰이 집회를 방해해서 30분이나 집회가 지연됐습니다"라는 소리가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당초 서울광장에선 오후 7시30분부터 9시10분까지 서울시가 주최한 '해설이 있는 발레'가 공연될 예정이었다. 오후 5시부터 리허설을 시작했지만 광장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의 항의와 야유로 리허설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이 공연은 취소됐다. 공연을 구경하려던 시민들은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공연 대신 진행된 집회 참가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을 비난했다.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주의 수호하자", "MB악법 중단하라", "부자정책 중단하라" 등의 구호가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대형 전광판에서 중계되는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었고, 사물놀이의 풍물 소리도 들렸다. 이것저것이 어우러진 축제마당이었다.

 

그들이 축제를 즐기는 동안 그들 역시 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이날 취소된 '해설이 있는 발레' 공연을 준비했던 사람들,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의 권리는 목소리를 높인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짓밟혔다. 이것이 민주주의일까, 이것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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