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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마지막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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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
매기 캘러넌 지음/이기동 옮김/프리뷰 펴냄/1만6000원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누구도 살아서 이 세상을 떠날 수 없다면, 존엄스럽고 당당하게 떠나자. 우리는 생의 마지막 시간을 가망없는 치료에 매달리며 비탄과 원망 속에 보낼 수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차분하고 뜻깊은 마무리를 하며 보낼 수도 있다."(저자의 말)
육아, 금융계획, 집안관리, 집짓기를 가르쳐 주는 곳은 많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죽는지를 가르치는 곳은 없다. 사람은 모두 다 결국에는 죽게 되는데도 말이다. 힘들지만 행복하고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았다면, 마무리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새책 '마지막 여행'은 환자와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존엄한 죽음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내해주는 실천지침서다.

심폐소생술 시행 문제, 사전의료지시서 작성의 필요성과 연명 치료 등 존엄사와 관련된 주요 개념들을 노련한 호스피스(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일) 간호사인 지은이가 20여년간 현장에서 겪은 감동적인 사례들을 통해 명쾌하게 풀어낸다.
"죽는 건 어떤 기분일까?" 지은이의 아버지는 임종이 가까워 오자 그를 불러 이런 물음을 제기했다고 한다. 지은이는 "글쎄요, 아버지의 생명 징후는 아마도...그리고 전해질은..." 하는 식으로 학교에서 배운대로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물으셨다. "그게아니라 죽는 기분이 어떨까? 신체적인 거 말고 느낌 말이야. 누구도 이 세상을 살아서 떠날 수 없는 것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알아야 되지 않겠니? 왜 떠나는 게 겁나지?"

바로 그 순간 지은이의 인생살이는 물론 직업까지 완전히 바뀌었다. 간호사로 오랜세월 근무해 왔지만 정작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마음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이후 지은이는 호스피스 훈련을 받았고 아버지가 던진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매달렸다. 책에는 말기 환자 본인을 위한 부분도 있고, 간병인과 가족, 친지들을 위해 쓴 부분도 담겨있다. 여러 다양하고 감동적인 사례들을 통해 죽음과 임종의 시간에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각종 문제들에 대해 카운슬링을 제공해 준다.

지은이는 미국의 호스피스 간호원으로서 오랜 세월에 걸쳐 2000명이 넘는 말기 환자들을 돌보았고 환자 가족들에게는 힘든 시기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사람이다.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해 내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진짜 전문가는 바로 죽음을 앞둔 나의 환자들이었다"고 고백한다.

책은 "심폐소생술로 여러 번 죽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반복해서 제기하며 존엄사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이고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한다. 환자가 심폐소생술거부 사전의료지시서를 미리 작성해 놓지 않았거나, 의사가 환자의 의도를 명시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게 보통이다.

말기 환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환자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한 의사를 빨리 정해서 서류를 작성하고,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그러한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권고한다.

그렇게하면 환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급한 위기의 순간에 죄책감 속에 힘든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 책이 앞서 나온 웰 다잉(well dying) 서적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죽음의 과정에서 제기되는 각종 문제들에 대해 사례 소개에 머무르지 않고, 전문가의 입장에서 매 단계마다 합당한 대응책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어내려 가다보면 소개된 사례 하나하나가 마치 읽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겪고 접하게 되는 절실하고 친숙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책 속 부록에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미국에서 도입된 말기 환자의 권리장전, 그리고 미국 호스피스 메디케어 보험의 주요내용들을 소개해 앞으로 본격화될 우리나라의 존엄사법 채택 논의에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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