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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前대통령영결식]동교동 사저 들어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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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들이 내려앉으면 모이를 주곤 하셨죠."

영결식이 열리는 23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동교동 자택은 평온한 기운이 감돌았다.
대문을 들어서면 펼쳐지는 10평 남짓한 정원에 나무와 돌이 잘 정돈돼 있었다.

"김 전 대통령 내외는 거실에 나란히 앉아 이곳 정원에 내려앉는 참새들을 보며 평온한 오후를 보내곤 했었다."

사저 관리자는 두 내외의 하루 중 가장 평온하고 행복했던 한 때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정원을 지나 현관문으로 들어서니 어둑한 거실 복도가 뻗어 있었다. 너무 어두워 조심스레 걸어야 할 정도였다. 평소 근검절약 정신이 투철했던 김 전 대통령 내외에게 복도의 등 설치는 사치에 가까웠다. 조금 어둡더라도 전기를 아끼는 것이 낫다는 것이 두 내외의 삶의 방식이었던 것.

그렇게 몇 걸음을 내딛자 정원이 환히 펼쳐진 거실로 닿았다. 거실은 정원이 넓직하게 펼쳐진 창문, 그 앞에 놓여진 플라스틱 간이 의자가 눈에 띄었다. 의자 위엔 커피잔 두 잔과 생수 한 잔이 주인을 잃은채 놓여있었다.

"이곳이 김 전 대통령 내외가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곳이다. 어떤 얘기들이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분은 이곳에서 행복해 했었다."

거실에서 나와 2층으로 올라가자 책 향기가 진동했다. 오래된 책에서 나오는 냄새였다. 서재는 책상을 중심으로 왼쪽 윗벽에 김 전 대통령의 선친의 영정사진이, 오른쪽 윗벽에 기독교 장로회를 창시한 김재준 목사의 글귀가 걸려있었다.

책상에는 최근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듯 '조선왕조실록', '제국의 미래' 등의 책이 놓여있었다. 평소 독서광으로 알려진 고인의 흔적이 오래돼 누렇게 변한 책 안에 담겨있었다.

책상 맞은 편 책장에는 지난 4월 생전 마지막으로 방문한 하의도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였다. 하의 초등학교는 김 전 대통령이 4학년 때까지 다니던 학교다. 김 전 대통령은 옛시절로 돌아간 듯 환한 모습으로 초등학생들 속에 파묻혀 이희호 여사와 함께 웃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최근 신장 투석을 받았던 장소가 공개됐다. 사저에서 마지막으로 병중 생활을 했던 곳이다. 말끔히 정리된 방에서는 소독약 냄새조차 맡을 수 없었다. 그저 각종 의료기기들만이 당시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집에서 나오자, 선선한 바람과 함께 참새들이 찾아왔다. 지저귀는 소리를 알아들을 순 없었다. 하지만 모이를 던져주던 맘씨 좋은 할아버지를 찾는 듯 이리저리 헤매이며 사저를 맴돌았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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