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를 시장과 맞서는 것으로 생각한다. 살 때와 팔 때를 정확히 포착해 시장을 이겼으면 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소망이다. 말 같아서는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사람이 사자보다 빨리 달리기는 어렵다.
# 2007년 여름, 금융시장의 시스템과 주식시장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보였는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같이 위기를 미리 경고한 학자가 없지 않았지만 범상한 투자자에게는 세상에 주식이 있어 마냥 행복할 뿐이었다.
미래는 과거와 다르고, 때늦은 직감은 선견지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안타깝게도 투자자들은 상황이 종료된 후 뒤늦게 떠오른 소견을 선견지명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주식시장을 꿰뚫고 있다는 자만에 빠진다.
내일 주가를 정확히 맞힐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렇다면 일기를 쓰듯 매일 내일의 전망을 써 보자.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는 투자 격언이 가슴에 새겨질 것이다.
# 로또 광고를 떠올려 보자. ‘이런 젠장, 또 꽝이네.’ 광고 모델이 비탄에 빠져 로또를 찢어버리던가. 그럴 리가 없다. 환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인생 역전을 외쳐야 로또 광고로 제격이다. 광고를 본 사람들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희박한 1등 당첨 가능성을 붙들고 오기를 부린다. ‘이번주 기적의 주인공은 틀림없이 나야.’
주식으로 차익을 내는 일이 벼락 맞을 확률만큼 희박하지는 않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와 로또와 흡사한 점이 없지 않다. 증권회사나 펀드운용사는 그들에게 유리한 기간의 수익률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알뜰살뜰 모은 돈을 단 한 번의 베팅으로 공중분해시키거나 더 심하게는 빚더미에 올라앉은 투자자들의 실상을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로또의 실체를 아는 이들은 ‘인생 역전’의 주인공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는 탈락자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하지만 그 실체를 모르는 투자자들은 로또의 번호를 찍듯 ‘대박’ 종목을 찍어 인생 역전할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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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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