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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특별한 하루] "우리 회사 놀이터를 소개합니다"(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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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윤영달 크라운 해태제과 회장 '아트밸리'를 찾다


"아이들을 위한 기업엔 아이들 상상력 필요"
100만평 규모 아트밸리 직원 창의력의 장
"우리 놀이터에 잘 오셨습니다."

지난 9일 월요일 오전, 만난 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64)의 첫 마디였다.

이날 방문한 곳은 경기도 장흥에 위치한 송추 아트밸리. '아트경영'의 전도사로 불리는 윤 회장은 이곳에 있는 회사 연수원 부지 100만평을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여기는 제 일터이자 놀이터, 그리고 체력단련장입니다."

윤 회장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아트밸리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 말 그대로 이날 윤 회장의 복장은 등산복과 운동화 차림의 아주 편한 모습이었다. 보통 한 기업의 회장이라 하면 의례 떠오르는 양복과 넥타이 차림의 근엄한 모습과는 색다른 복작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을 위한 기업에는 아이들에게 맞는 상상력이 필요하죠"

윤 회장은 앞장서 이동한 곳은 아트밸리 산자락에 조성된 '낙락도(樂樂道)'. 이곳은 아트밸리 산자락을 둘러싸고 있는 약 6km 길이의 산책로로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 400여명이 총 21개 구간에 직접 나무와 돌로 조형예술 작품을 설치해 조성됐다.

"저 조각들은 지난번에 성남조각가협회에서 주최한 조각전에서 전시한 것들인데 전시회가 끝나니 치우려고 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리로 가져왔어요."

낙락도 입구에 조성된 조각물들에 대해 윤 회장은 이렇게 설명하며 "앞으로도 조각전이 끝나면 이리 가져오게 해 전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군데를 어렵게 돌아다녀야지 볼 수 있는 조각물들을 이렇게 한 곳에 모아 놓으면 일반인들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 어느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조각물도 어린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철거하려 하자 윤 회장이 이를 직접 사들여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그 작품을 만든 조각가가 감사의 뜻으로 자신의 작품 한 점을 무상으로 기증했다는 후문이다.

좀 더 들어간 낙락도 길 가장자리에는 목마(木馬) 등 회사 임직원들이 나무로 만든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윤 회장은 이 작품들을 '3D 드로잉'이라고 불렀다.

"드로잉이란 것은 연필로 종이 위에다 하는 것인데 목마 등 나무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허공에다가 드로잉을 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즉 '3D 드로잉'이죠."

처음에는 목인(木人)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사람의 형상이다 보니 나중에 버리기가 어려워 이젠 목마만을 만들게 한다고.

이같은 작품을 직원들에게 직접 만들게 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아이들을 위한 과자기업인데 당연히 아이들에게 맞는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으면 머리가 굳어버리게 마련이죠."라고 대답했다. 더불어 직원들의 화합과 단결마저 도모할 수 있으니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나는 한번 파고 들면 끝장을 보는 사람"

윤 회장이 처음 '아트경영'을 해야 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과자포장지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까란 단순한 이유에서다.

단순히 제품명과 과자모양만을 집어넣은 포장지를 좀더 고급스럽고 감각적으로 만들어 보자라는 의도에서 시작된 아트경영은 이제 조직원들을 위한 화합의 자리를 넘어 고객들에게 맛과 함께 즐거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처음 제가 시작하고 주요 부서에만 전파시켰는데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하고 나서 조직원들이 가장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보니 같이 공부를 시켜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케팅전략만 얘기하다 보면 머리만 아파지거든요."

그래서 윤 회장은 서울팝스오케스트라를 초청했고 직원들에게 악기 연주 등 음악 공부를 시켰다. 다음에는 국악 공부로 이어졌으며 미술까지 손을 대게 됐다.

"처음 미술가들을 불렀는데 안오더라구요. 나도 미술을 잘 모르고 그래서 그냥 직원들이 투표로 뽑은 그림을 엽서로 만들어 과자제품에 넣어봤더니 이게 또 좋은 반응을 얻더라구요."

그 뒤로 윤 회장은 미술에 대한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조각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기 시작했다. 로뎅 이후의 현대 조각미술에 대한 윤 회장의 열정은 이제 취미 정도를 넘어 전문가 수준이다. 윤 회장이 이곳에 마련한 아뜰리에에 입주해 있는 한 조각가는 윤 회장의 수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 윤 회장님이 저를 불렀을 때 과자회사 회장이 왜 날 부르지? 작품이라도 하나 사주시려나하는 기대감이 있었죠. 그런데 만나보니 회장님이 두 명의 외국작가 작품 사진을 꺼내보이시며 '많이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사실 제가 영향을 받긴 했는데 그 작가들은 국내 미술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사람들였거든요. 정말 깜짝 놀랐죠."

◆"골프장요? 지난 30년동안 막느라고 얼마나 애썼는데요"

슬쩍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친다는 골프 얘기를 꺼냈다. 윤 회장은 자신은 '반(反)골프 경영주의'를 표방한다고 입을 열었다.

"나도 한 때 골프에 미쳐 봤는데 이제는 골프 치는 사람들이 불쌍해요. 물론 골프 치는 사람들은 나를 욕하겠지만. 골프 치면 골프공만 눈에 보이게 되니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잖아요."

그는 골프를 그만 둔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 1998년 1월 16일 크라운제과가 부도 난 날이다. 싱글 실력였던 윤 회장은 이 날로 골프를 때려치우고 대신 산을 오르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6년 후인 2005년 해태제과를 인수하며 화려하게 다시 등장했다. 당시 등산은 윤 회장에게 고통을 이기며 재도약할 수 있는 힘을 줬으며 지금도 그는 "산에 갈 수 있을 날까지 갈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이곳에 골프장을 만들라고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요구해와 그걸 막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지칠 정도로 말해왔는데 정말 골프장으로 안 만든 것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물론 그럴 것이구요."

물론 윤 회장의 골프 반대론은 자신처럼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로 한정된다. 싱글 실력을 유지하려면 골프장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결국 경영에 할애한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골프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회사 직원들에게는 한번 쳐보라고 말해요. 한번 해보고 안하는 것과 전혀 해보지 않은 것과는 다른 의미거든요. 그런데 토요일마다 송추로 오라고 하니 골프 실력이 늘 시간이 없겠네요. 내가 나쁜 건가. 그래도 할 사람은 하겠지요 뭐. 허허"


김영무 부국장 겸 산업부장 동행취재
졍리 =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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