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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표시제도입...우리 먹거리 패러다임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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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표시제, 경쟁력은 무엇인가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해외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어
8월 가공식품에 포함된 원재료의 원산지 표시제도 대폭 강화예정
한우값 오르고, 수입 쇠고기 줄어, 국내 농산물 고급화 인식 전환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최근 막걸리 붐을 타고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 소비가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막걸리가 5억 병이 넘어서기도 했다. 일본 등 해외에서도 막걸리의 인기가 높아 지난해 수출액이 628만 달러로 전년 대비 41.9%나 성장했다.

먹는 방법도 다양해져 막걸리 칵테일이 생겨나고, 수십 종을 동시에 전시 판매하는 막걸리바가 등장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 막걸리 잔을 공모해 선정하는 등 그야말로 막걸리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와 달리 국내 시판되는 막걸리 제조에 들어가는 쌀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드물다.
막걸리는 쌀과 누룩을 발효시켜 빚는데 현재 대부분은 수입산 밀가루 또는 수입산 쌀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국내산 원료를 100% 사용해야 주세법상 혜택을 주는 농식품부 지정 ‘전통주’에 국민의 술인 막걸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의 사케와 독일의 맥주가 자국 쌀과 맥주, 보리를 100% 사용하고 있는 실정을 보면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오는 8월부터는 국내산 쌀로 만든 막걸리가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농식품부가 8월 5일부터 막걸리 등 주류에 대한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막걸리 업계는 싼 가격의 유혹 때문에 국산 쌀보다는 밀가루나 수입쌀을 써왔지만 이젠 소비자들이 막걸리에 사용된 주원료의 산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국산 쌀과 중국산 쌀로 만들어진 막걸리가 매장에 같이 전시돼 있을 때 소비자의 선택이 어떨지는 제조업체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매출 1위인 서울 탁주제조협회가 원산지 표시제가 적용될 것을 대비해 국산 쌀로 만든 막걸리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협회는 충북 진천에 대규모 막걸리 공장을 짓는 중인데 앞으로 이곳에서 생산된 막걸리는 모두 국산 쌀을 쓸 방침이다.

이처럼 원산지 표시제 도입은 관련 업계의 판도가 바뀔 정도로 파장이 크고, 국민식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배호열 농식품부 소비안전정책과장은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되면서 소비자들이 원료에 대한 정보를 알게 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며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 제품가격이 상승하는 측면이 있지만 안전한 먹 거리를 선호하는 소비트랜드에 따라 기업들도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쇠고기 이력제 도입 등을 통해 최근 1-2년 사이에 크게 주목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원산지 표시제는 사실 역사가 짧지 않다. 농산물의 본격적인 수입개방에 따라 외국의 값싼 농산물이 국산 농산물로 위장돼 판매되는 부정유통을 막고 농업인과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하기 위해 지난 1991년부터 국내 유통농산물에서 도입됐다. 지난 1993년에는 가공식품과, 2007년에는 음식점에 대한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되면서 세계선진국들이 부러워하는 원산지표시제 강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배추김치, 밥류에 대한 원산지를 표기해야하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는 우리나라에서만 독자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또한 해외에선 국가만 표시하도록 되어있는 원산지표시제와 달리, 우리는 시, 군까지 표기할 수 있어 한층 진일보 됐다는 지적이다.

가공식품에 포함된 주원재료의 원산지를 표시하게 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가공식품 원산지 표시제도도 스위스를 제외한 미국과 EU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선 의무표시 대상품목이 아니다. 현재 국내 가공식품 211개를 포함해 원산지표시제 대상 품목은 531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원산지제도가 선진국이 부러워할 정도로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큰 사건 덕분이다.

지난 2008년 중국산 수입가공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고, 중국에서 1차 가공되어 수입된 ‘새우깡’에 이물질 혼입 사고가 발생되면서 소비자의 원재료 및 가공지의 국적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도 2년여의 검토 끝에 50%의 주재료 한 곳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한 것을 2개로 늘리는 등 가공식품 원산지표시를 강화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개정해 오는 8월 5일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는 2008년 4월에 타결된 ‘한미 쇠고기협상’과 관련이 깊다. ‘한미쇠고기협상’으로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소비자들은 광우병 우려, 축산농가는 한우가격 하락에 따른 소득감소 문제로 불안에 떨었다.

이에 정부는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불안감도 해소하고, 수입산이 국내산 쇠고기로 둔갑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음식점 원산지표시제’를 도입했다. 모든 음식점, 휴게음식점, 위탁급식소, 집단급식소에서는 2008년 7월부터 쌀과 쇠고기를 사용한 음식에 품목별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됐다. 구이용은 이미 2007년 1월부터 300㎡이상 일반음식점에서 시행되고 있었다. 음식점 원산지표시제가 쇠고기로 국한되면서 다른 축산물에 대한 안전성 등이 제기되면서 이해 12월에 돼지고기와 닭고기, 김치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시행 1년간 전국 65만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지도 단속한 결과 96-98%의 이행률을 보이며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원산지 표시제로 국산 농산물이 외국산에 비해 고급품이란 소비자의 인식이 확산됐고 국산농산물 간에도 지역·품질에 따라 상품을 차별화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산 쇠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한우 값 1마리(수컷 600kg기준)가 역대 최고인 584만원을 기록하는데 반해 지난해 쇠고기 수입량은 19만7857t으로 5년 만에 11.7% 줄었다.

백운활 소비안전정책과 사무관은 “ 원산지 표시제로 한우 등 국산 농산물이 외국산에 비해 고급품이란 소비자 인식이 확산됐고 국산 농산물 간에도 지역·품질에 따라 상품을 차별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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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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