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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시점 논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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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올 1분기 한국경제 성장률이 예상외로 높게 나오면서 출구전략 논의가 한층 가열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금리인상 시기를 이미 놓친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반면 정부는 ‘그리스발(發) 연쇄 국가부도 우려’라는 글로벌 악재가 돌출하는 등 여전히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28일 “현재 기준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선제적 출구전략 시행의 불을 붙였다. 그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낮췄던 금리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기준금리 결정권을 지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일부 위원도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동감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모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라며 “현 저금리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가계부실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말 현재 은행과 비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550조5000억원으로 전달과 비교해 8000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8%로 2002년 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경제의 불확실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각각 6.2%, 29.8% 늘면서 민간 부문의 회복세도 뚜렷해 더 이상 출구전략을 늦춰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지표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하지만 정부는 출구전략 논의와 관련해선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이날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높았지만 대만은 1분기에 12%에 달했다. 우리보다 훨씬 높았다”면서 “우리가 지난해 1분기에 성장률이 마이너스 4.3%였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인 것이 지난해 같은 기간 마이너스 성장을 한데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이다.
강 위원장은 이어 “미국은 올해 6%나 성장한다고 한다. 우리보다 수치로는 더 높다”며 숫자로 드러나는 지표의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출구전략과 관련해서는 “미국 대공황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됐는지, 일본이 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할 만큼 오랜 불황을 겪었는지 되돌이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한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나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한다”며 “당분간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확고한 입장과 달리 금융위기에 관해선 이미 6부 능선이 지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우리경제를 보면 거의 브이(V)자형에 가까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일단 1분기까지 보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 물론 일본, 유럽 등 몇 나라의 경우 출구전략을 얘기할 수 있는 경제상황은 아니지만 이달 말에 나올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3.4%를 예상하고 있다. 대부분 잠재성장률보다 실질성장률이 웃돌 걸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12.9%로 전망되면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예정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도 7.5%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갭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자산 버블로 이어질 수 있어 출구전략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지속가능한 경기회복세가 관건


1분기까지는 지나간 경제상황이다.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시행하려면 앞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되느냐가 가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출구전략을 시행하려면 민간 자율적인 경기회복세가 중요하다. 최근에 지속가능한 성장기반(SSG)을 마련하느냐가 출구전략의 핵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간자율적인 성장기반을 가지고 가려면 고용,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야 하다. 문제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경우 고용이나 설비투자가 뚜렷한 상승세가 보여주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고 있지만, 그리스 사태와 같이 국제 돌발변수에 대해 대응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했느냐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당국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선뜻 자신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美 뉴욕에서 열린 G20재무장관회의에서 G20 국가들의 출구전략 공조는 사실상 깨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세계 각국들이 출구전략을 추진할 경우 협조를 해야 한다며 국제 공조를 강조해왔다.

세계 각국들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너무 성급한 출구전략을 진행해 세계경제가 다시한번 둔화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세계협조와 공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개별국가 별로 경제회복세가 극과 극을 달리면서 국제공조로 모든 국가를 묶어 놓은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즉 각국의 경제 상황에 맞게 차별화되게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각 국별 경제상황이 차이가 커지면서 출구전략도 이를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생겼다”며 “국제공조도 좋지만 우리나라 상황에 맞춰 출구전략 논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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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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