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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知 德 行 一致(지덕행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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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국가의 신들을 믿지 않고 청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을 때, 그는 배심원들 앞에서 자신의 무죄를 변론하고, 특히 자신이 철학을 하는 이유와 목적 그리고 그것을 죽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당당히 밝힌다.

특히 변론 말미에 소크라테스는 '무지(無知)에 관한 지(知)'를 설파했다. 사람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 때 비로소 지에 대한 추구에 나서기 때문에, 지는 결국 자신의 무지하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고, 지는 결국 덕(德)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무지를 알고 지를 추구하는 것은 곧 덕을 얻는 길이며, 이는 다시 영혼을 선(善)하게 하는 길이 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지(知)와 덕(德)은 같은 것이었다. 즉 사람은 아는 만큼 덕이 있다는 것이다. 덕이란 영혼을 선하게 만드는 것인데, 영혼을 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 하고, 아는 만큼 덕이 생기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는 모진 고문과 여러 차례의 재판과정은 물론 사형집행의 순간에도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당시 안 의사를 변호한 일본인 변호사 미즈노 기치타로는 "나는 안중근을 생각하면 언제나 눈물을 머금게 된다. 사형 집행일에 순백의 조선복을 입고 간수에 이끌려 집행장에 나타났을 때는 집행관도 그의 거룩한 모습에 머리를 떨구고 훌쩍여 울었다"고 1948년 11월5일 발행된 '남국야화'에서 증언하고 있다.

안 의사는 1910년 3월26일 순국에 이르기까지 40일간 자신의 신념과 사상을 담은 여러 점의 유묵을 남겼다. 당시 법원과 감옥의 일반 관리들은 줄을 서서 안 의사의 유묵을 받았다고 한다.
안 의사는 단지 일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사로이 배척하는 법이 없었고, 감옥의 간수나 심지어 사형집행관조차 원망하지 않았다. 그가 꿈꾼 것은 대한인 일본인 편 가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양인들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맹목적인 국수주의자가 아니었고, 그에게 이토 히로부미 저격은 대의를 위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소크라테스와 안 의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공통점은 먼저 열심히 배우고 배운 것을 실천하고 그 결과를 의연히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의 사상을 역설했으며, 꾀를 내어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의연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한 해를 새로 시작하며, 소크라테스와 안 의사를 동시에 생각해 보는 건 지덕행일치(知德行一致)의 삶이 그립기 때문이다. 사소한 이익에 눈이 멀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고, 서로 협력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도 나만 옳은 것처럼 주장하고 행동해 공동체의 질서와 이익을 해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남에게 모범이 되고 남을 이롭게 하는 업적은 허장성세를 부리는 데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편을 갈라 싸우는 데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모름지기 쉼 없이 공부하고 그 공부를 체화해서 자신의 덕성을 함양하고 아는 것을 성실히 실천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위정자들이 자신만이 옳다고 큰 소리고 떠들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고 나쁜 사람으로 모는 것 역시 그들이 덕(德)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고 덕의 기반인 지(知)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비단 위정자만이 아니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올해는 때때로 배우고 익혀 앎의 지평을 넓히고 그 앎을 행하는 삶을 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간다면 올 한 해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신나고 즐거운 일이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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