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돼지 몰려 북적대는 도축시설...공급부족으로 소비시장서는 값 올라
축산농가에서 예방차원의 살처분을 당하는 것보다 구제역이 번지기 전에 도축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소와 돼지를 도축시설로 보내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소, 돼지를 싣고 몰려든 축산농가와 축산업체는 장원식품 정문 옆에서 도축순서를 기다린다.
충남 예산군의 중앙산업도 일이 몰려들긴 마찬가지다. 소를 실은 트럭들이 중앙산업 옆 도로가에 100m쯤 늘어섰다.
중앙산업 정문입구엔 구제역 소독약인 생석회를 흠뻑 뿌려놨다. 드나드는 사람들은 물론 차 안에까지 방역통을 짊어진 소독원이 약 뿌리기에 여념이 없다.
4일부터 도축하려는 차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돼지는 하루에 300여 마리, 소는 150마리를 잡고 있다.
중앙산업 입구에서 만난 김모(44)씨는 “구제역이 진정되기까지 기다렸다가는 제값은커녕 사료비도 못 건질 것이란 불안감이 축산농민들 사이에 번지면서 도축장으로 몰린다”고 말했다.
충북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충북도내 최대 도축장인 청원군 한국냉장은 하루평균 돼지 3000마리, 소 150마리를 잡았으나 구제역이 번지면서 지난 3일부터 도축작업을 멈췄다. 한국냉장으로 몰리던 소, 돼지는 옥천의 맥우와 대전 장원식품 등으로 빠져나갔다.
남부권 최대 규모인 옥천군 한우영농조합 맥우는 하루에 소 110마리, 돼지 900마리 쯤을 도축하고 있다. 소는 평소 도축량의 3배를 웃돈다.
제천의 박달재LPC도 경기 남부, 강원지역 소와 돼지가 원정도축을 하면서 작업량이 많이 늘었다. 이곳은 평소 소 20여 마리와 돼지 1300여 마리를 잡았지만 최근엔 30% 가까이 늘었다.
도축시설에서 소, 돼지를 쉬지 않고 출하하지만 소비시장에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구하기 쉽지 않고 값도 많이 오르고 있다.
구제역이 사람 몸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학습효과로 쇠고기를 찾는 고객들은 줄지 않았지만 일부 도축장이 문을 닫아 공급량이 줄면서 쇠고기 구하기가 쉽잖기 때문이다.
농협대전농산물유통센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한우 등심1+ 등급의 소비자값은 ㎏당 9만원을 기록했다. 지난주 8만8000원보다 2000원 올랐다.
이런 분위기는 내달 설 명절이 지나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축산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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