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겁먹었다. 도시를 떠나면 아이들 교육이며, 문화생활이며, 각종 편의를 잃을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나도 얼마간 두려웠다. 그럼에도 내가 서울의 변두리라고도 할 수 없는, 외진 곳에 집을 지었다. 열 다섯해 나는 전원과 도시의 경계를 넘나들며 똑같이 출퇴근 하고 있다. 침대에서 사무실 책상까지의 거리는 편도 70km. 혈흔이 낭자할 정도로 전투를 치룬 지금 나는 27만km를 이동해왔다.도무지 같은 길을 지구의 일곱바퀴나 돌 만큼 반복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그저 놀라울 지경이다.
미래학자들이 말한 '머지 않다'는 시간은 15년으로 부족한 건가 ? 간혹 술을 마시고 도시 한복판에서 휘청거리기라도 하는 날, 새가 돼서 어둠을 뚫고 날아가는 꿈을 꾼다.그러면서 한편으로 나(우리)를 여전히 출퇴근 전쟁에 몰아넣는 수많은 사장님들이 틀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에 사로잡힌다. 정말 ! 누가 틀렸나 ? 미래학자 ? 나(우리) ? 사장님 ? 도대체 그 누구냐 ?
여기서 사장님들께 제안한다. 그것은 분명히 당신들한테 무척 유리할거다. 지금 당장 나(우리)를 집으로 돌려보내라. 내일부터 출근시키지 말고, 집에서 일하게 하라. 그러면 당신은 엄청난 이익을 볼 것이다. 평당 수천만원씩 하는 도심 한복판에 나(우리)의 사무실을 만들지 않아도 되니...그 비용은 아마 천문학적일 듯 싶다.
내(우리)가 출근하지 않는다면 사무실, 식당, 휴게실, 화장실도 안 만들어줘도 되니 솔깃하지 않은가 ? 어디 그 뿐이랴. 나(우리)는 출퇴근 하느라 보낸 시간, 비용, 노력을 줄일 수 있으니 이쯤이면 분명히 윈윈이다. 게다가 이익은 얼마든지 더 있다. 당신들이 지불해야할 탁아비나 체력단련비, 건강 관리비용도 웬만큼 줄일 수 있고, 노무관리나 분규의 위험성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나(우리)는 집이 사무실이 된다면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갈등하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연구는 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이용할 경우 독일에서 향후 10년내 러시아워가 30% 줄어들며, 원격근무 10만개의 일자리를 통해 40억km의 주행거리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비용으로 치면 기름값으로만 거의 10조원에 해당된다. 자동차 및 도로 감가상각비, 주차장을 건설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절약되는 돈은 훨씬 더 크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경감으로 당신은 새로운 기술 및 설비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2007년 현재 근로자 중 원격 근무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17%, 유럽 7%, 네덜란드 21%에 이르고 있다. 원격근무가 활성화된다면 아주 다양한 사회적 이익이 생길 수 있다. 당장 에너지 소비가 줄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어들며, 근무로 인한 스트레스 감소로 각종 의료비용이 줄어든다.도심 공간의 효율성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원격근무는 지금보다 더욱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또 단순히 컴퓨터를 가지고 집에서 일하는 것으로 한정되지도 않을 것이다. 오늘날 구글이나 베스트바이와 같은 대기업은 출근카드를 찍지 않는다. 아무 곳에서나 아무 때 일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혁신적인 기업들은 일과 출근을 동일시 하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근무 시스템으로 상당한 이익을 보고 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근무 형태에 대한 파괴는 일종의 바이러스처럼 확산되고 있다. 굳이 책상과 사무실, 정확한 출근시간을 정해야만 업무가 되는 기업에게는 변화하라는 경고로 보인다.. 현명한 사장님들아..이제 선택을 해야할 시기라고 생각지 않는가 ? 그래도 결정하기 어려운가...?
수많은 나(우리) 중에는 밤에 일하기를 좋아하며 밤에 일해야 능률이 높은 이도 있다. 그래서 나(우리)는 밤에 일하고 낮에 잠자기를 원한다. 사장님인 당신이 나(우리)의 소망을 허용한다면 밤 시간에도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업무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어 시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이것은 나(우리)의 꾐일 수 있다. 하지만 일의 혁명은 분명히 사장님이 신봉하는 사무실에서부터 일어날 것이다. 또한 일의 혁명을 치룰 사람은 바로 사장님인 당신과 나(우리)다. 정말 이 말을 부정해보라. 그렇다면 사장님인 당신은 어떤 혁신도 이룰 수 없다.
이규성 건설부동산부장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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