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대한해운 사태는 경영진과 신용평가사들이 짜고 벌인 한편의 사기극이나 다를 바 없다. 경영진은 곧 회사가 망할 지경인데도 우선 돈을 끌어들이려 증자를 실시했다. 신평사들은 회사 사정을 잘 알텐데도 투자적격 평가를 함으로써 장단을 맞춰 주었다. 투자자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은 부도덕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회사 사정을 잘 알면서도 대한해운에 후한 등급을 매겨 투자자들의 눈을 현혹한 신평사들의 행태는 더 문제다. 한신정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해운이 증자에 나설 당시 무보증사채 등에 대한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인 BBB+(안정적)으로 평가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뒤늦게 투기등급인 D로 내렸다. 신평사들이 공정한 평가를 내렸다면 회사는 증자에 나설 수 없었고 선의의 피해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투자자들을 호도한 증자 주관사인 현대증권과 대우증권, 증권신고서를 수리할 때 위험 요인에 대한 심사를 허술히 한 금융감독원의 부실한 감독도 문제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한해운이 회생절차를 신청할 줄은 전혀 몰랐다"며 발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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