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전세계 반미세력의 상징이었던 리비아의 국가원수 카다피는 시위대를 향해 전투기까지 동원해 무차별 진압을 시도한다. 일부 군인들이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거부하자 외국 용병까지 투입, 자국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가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국제유가와 금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주요국들의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사우디아라비아 등까지 확산돼 3차 오일쇼크가 오는 것 아니냐에 쏠리고 있다. 냉정한 투자자들에게는 탱크와 전투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시위대의 안전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의 안정(결국 절대왕정의 안정적 유지)이 더 중요한 이슈다.
그래도 북아프리카 지역의 자스민 혁명이 사우디 등 중동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는 희망적 의견들이 적지 않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자스민 혁명의 원인을 분석하며 중동확산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박중제 토러스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스민 혁명이 발생한 이유는 농산물 가격급등으로 인한 물가부담, 급증하는 국가의 부에 대해 느끼는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석유수출 위주 경제 모델의 한계로 인한 청년층 실업 문제때문"이라며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지역으로 확산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첫째, 사우디, 바레인, 쿠웨이트 등 중동국가는 북아프리카 지역과 비교하면 경제·사회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사우디, 오만, UAE의 실질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2만달러를 넘고,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4만달러 내외다. 반면 이집트는 5000달러, 튀니지는 8000달러 수준이고, 리비아는 2만달러에 조금 못미친다.
특히 이코노미스트지가 평가하는 부패지수를 보면 이집트가 98위, 알제리가 105위, 리비아가 146위인데, UAE는 28위, 사우디는 50위로 중동국가들은 대략 50위권 내에 들고 있다.
중동국가들이 새로운 대안이 없는 왕정국가란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이 왕정의 붕괴를 원치 않을 것이란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집트 무바라크를 무너뜨린 야권 수장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었던 알바라데이처럼 국제적 인물이었지만 중동에서는 이런 야권 세력이 없다.
글로벌 농산물 가격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시위 확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작황 부진의 원인인 라니냐 현상이 1월 이후 강도가 약화되고 있고, 봄이 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서서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리비아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주요 증시는 줄줄이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88%(107.01포인트) 내린 1만2105.78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각각 0.61%(8.04포인트), 1.21%(33.43포인트) 하락한 1307.40, 2722.99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보여주는 변동성지수(VIX)는 5.6% 상승하며 21.96을 기록했다. VIX는 장중 한때 23.22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11월30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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