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등장한 것이 '무한잉크'다. 프린터 외부에 잉크를 담아 두는 대형 탱크를 설치하고 튜브로 연결해 사용하는 것이다. 탱크에 원하는 대로 잉크를 부어 쓸 수 있고 가격 역시 정품 잉크에 비해 훨씬 저렴해 소비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이 때문에 무한잉크는 프린터 업체들의 큰 골칫거리가 됐다. 한국HP 등 주요 업체마다 저가 잉크 출시 등의 대응책을 내놨으나 속수무책이었다.
3일 엡손이 세계 최초로 내 놓은 무한잉크 프린터 'L100'과 'L200'은 이 같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이 제품은 기존 잉크 카트리지 형태 제품과 달리 대용량 정품 잉크를 주입할 수 있는 잉크탱크를 프린터 외부에 장착한 제품이다. 무한잉크 프린터를 아예 본격적으로 출시한 것이다. 현재 국내 잉크젯 프린터 시장은 연 120만대 규모로 엡손은 이 중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엡손은 소모품 판매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무한잉크 프린터 시장 진출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로다 타카시 한국엡손 대표는 "사진 등을 고화질로 출력하거나 흑백만 사용하는 소비자, 대량의 출력물을 저렴한 비용으로 뽑고 싶어하는 소비자 등 다양한 시장이 존재한다"며 "잉크탱크 시스템을 갖춘 프린터는 순정 제품이 진입하지 못한 시장이었는데, 이번 제품 출시로 우리가 시장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사루 센터장 역시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혀 주면서 사업범위를 키울 것"이라며 "기획 단계에서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프린터 본체에 들어가는 비용과 잉크 가격을 동시에 낮출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엡손은 국내 시장에서 무한잉크 프린터를 3만대가량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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