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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의 政客 알랭 쥐페, 난국 빠진 佛외교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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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중동 민주화시위 확산의 후폭풍으로 경질된 미셸 알리오-마리 외교장관의 후임에 알랭 쥐페 국방장관이 임명됐다. 프랑스 정계의 ‘거물’로 풍부한 경륜을 갖춘 쥐페 신임 외교장관이 진퇴양난에 빠진 프랑스 외교정책을 수습하고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의 목소리를 다시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 정계의 ‘파워맨’ 쥐페는 누구인가= 알랭 쥐페 신임 외교장관은 프랑스 정계의 ‘그림자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관록과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1945년생인 쥐페 장관은 프랑스 최고 영재코스인 명문 루이 르 그랑 고등학교를 졸업해 그랑제꼴 에꼴 노르말, 파리정치대학, 국립행정학교(ENA)를 거친 최고 엘리트다.
1972년부터 재무부에서 관료생활을 시작한 그는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 집권기인 1975년 자크 시라크 당시 총리와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시라크가 총리 사임 후 창당한 공화국연합(RPR) 전국위원이 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시라크의 최측근으로 86년 초선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미테랑-시라크 1차 동거정부의 예산장관 및 정부대변인에 오른 그는 RPR당 사무총장과 외교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95년 시라크의 대통령 당선과 우파 정권교체를 이끈 공로로 총리에 발탁됐다.

하지만 그가 주도한 연금개혁이 68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전사회적 반발을 불러 일으키면서 1997년 2년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위기에 몰린 시라크 대통령은 조기총선을 소집해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국 패배해 다시 사회당에 정부를 내줘야 했다.

이후 보르도 시장으로 일하면서 재기를 모색한 쥐페는 2002년 총선에서 RPR의 후신으로 최대 우파 단일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승리에 기여하며 중앙정치무대에 복귀했고 UMP의 초대 총재로 선출됐다.
그러나 다시 위기가 그를 찾아왔다. 시라크 전 대통령이 파리 시장이던 80년대 말 시 재정 책임자였던 그가 RPR 당직자들에게 편법으로 급료를 지급한 사건이 터져 2004년 집행유예 18개월에 공직담임금지 10년을 선고받으며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몰린 것이다. 항소심 재판에서 형량을 줄이면서 재기에 성공했지만 그의 뒤를 이은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UMP 총재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2007년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 뒤 쥐페는 신설된 환경·에너지부 장관 자리에 임명되면서 정부 내 2인자 자리를 차지했으나 뒤이어 열린 총선에서 낙선해 내각 출범 한달만에 수석각료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는 2010년 연금개혁안 통과로 지지율이 급락한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각을 개편하면서 국방장관으로 기용되며 다시 부활했고 낙마한 알리오-마리 외교장관의 후임에 오르면서 프랑스 외교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쥐페는 프랑스 외교 살릴 회심의 카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아랍권 민주화시위의 불길이 이집트· 리비아에 이어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북아프리카 지역을 식민지배한 역사로 지금도 가장 영향력있는 강대국인 프랑스는 정작 이번 사태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알리오-마리 외교장관은 튀니지 벤 알리 정권의 측근과 유착관계가 드러나 결국 낙마했다. 미숙한 사태 대응에 따른 야권과 언론의 비판도 가열되고 있다.

부침을 거듭하는 와중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널리 인정받아 온 쥐페 신임 외교장관에 대한 기대는 높다. 1일 프랑스 누벨옵세르바퇴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개각에서 기용된 각료들 중 쥐페 신임 외교장관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의 싱크탱크 전략연구재단(FRS)의 프랑수아 에이스부르 연구원은 “쥐페 장관의 임명은 최근 10년간 가장 탁월한 선택”이라면서 프랑스가 상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북아프리카지역 사태에서 더욱 정교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가 이번 중동 민주화 사태를 주목하는 이유는 북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민자 유입 문제가 중요한 국내 현안이기 때문이다. 민주화 시위에 따른 소요사태가 이들 국가의 정정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프랑스로의 이민자도 급증하게 된다. 에이스부르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프랑스가 별다른 개입을 할 수 없었지만 소요사태가 모로코와 알제리까지 확산될 경우 프랑스가 사태 해결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쥐페의 외교장관 발탁이 갖는 의미는 그 동안 외교분야에서 실무부처보다 엘리제궁의 대통령 정책자문에 더 의존해 왔던 사르코지 대통령의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르몽드와 리베라시옹은 익명의 외교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프랑스 외교부 당직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어 있으며 이는 예산 삭감뿐만 아니라 외교정책에서 배제되어 왔다는 실망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 서유럽 외교관은 “쥐페 신임 외교장관의 임명이 프랑스 외교부에 큰 자신감을 실어줄 것”이라면서 “그는 북아프리카 사태에 대해 엘리제궁과 외교부에 자신의 생각을 말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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