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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혼돈 속 가능성의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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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MBC 일 오후 5시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는 음반이 100만장 이상 팔리고 가수가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 있던 시대가 지난 뒤, 그나마 남아있던 무대마저 잃어버린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생존을 선언하는 리얼한 현장이다. 그들의 무대를 향한 절실함은 서바이벌이라는 가장 자극적인 경쟁방식까지도 감당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가 선사한 이들의 첫 무대는 온전히 노래만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개그맨들이 터치패드를 누르며 뻔한 감상을 늘어놓는 동안 정작 들어야 할 노래는 배경음악이 되는 상황이 반복된 점에서 드러나듯이, 이 프로그램의 편집과 연출 방식에는 가수들의 자존심과 노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예능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산만한 편집과 연출 속에서도 혼을 다해 부르는 가수들의 노래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다른 출연자가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가수들의 진지한 표정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시청자에게 확실히 전달했다. 여기서 ‘나는 가수다’의 딜레마는 시작된다. ‘나는 가수다’는 만드는 사람과, 출연하는 가수들과, 보는 사람의 의도가 모두 일치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만드는 사람들에게 예능적인 재미는 필수적이고, 가수들에게 1순위는 무조건 무대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놀라운 무대를 보여준 가수들이 모호한 기준 속에서 일렬로 줄 세워지는 순간, 이렇게나마 가수들의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 것에 감사해야 하는지, 음악이 그 자체로 소비 되지 못하고 예능의 소재가 되어버린 것에 슬픔을 느껴야 하는지, 그냥 보고 즐기면 되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팽팽한 욕망들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추가 쏠리느냐에 따라서 ‘나는 가수다’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가수다’가 <일밤>의 부흥을 위해 가수들의 절실함을 이용하는 한 판의 거대한 쇼가 될지, 노래의 힘이 모든 논란을 잠재우는 새로운 의미의 ‘음악 버라이어티’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혼란 속에서 이 문제적 예능의 프롤로그는 다음 주를, 변화의 과정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사실 <일밤>으로서는 일단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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