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집에 있는 트로피를 세 보니 9개더군요. 너무 감사하지만 제가 한 것에 비해 과분하게 주시니까 나중에는 부담도 됐습니다. 후보에 오른 다른 분들께 송구스럽기도 했고요. 나눠서 받았으면 차라리 맘이 편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죠.”
지난해 영화계 최대 수확 중 하나는 무명 배우 송새벽의 발견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에서 ‘세팍타크로’ 형사로 처음 얼굴을 알린 그는 지난해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해결사’ ‘부당거래’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에 크게 성공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출연한 다섯 편의 영화는 평균 관객만 해도 250만명이 넘는다. 그중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보여준 활약은 주연배우 이상이었다.
“솔직히 이 영화 출연제의를 받기 전에도 주연으로 제안이 들어온 작품이 있었습니다. 기분이 좋았죠. 부담도 있었어요.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큰 돈이 들어가는데 잘못되면 투자사나 제작사에 어마어마한 타격이 있을 테니까요. 막상 촬영 들어가고 나선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분량만 많아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10년 한 해에만 송새벽이 출연한 네 편의 영화가 크게 성공했고 그 덕에 TV광고도 두 편 찍었다. 유명세를 타면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을 터. 그는 “아직 사람들이 알아보진 못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평소 안경을 쓰는데 영화에선 안경을 쓰지 않고 나온 게 많아서일 것이라고 했다.
“배우로서 사투리에 대한 부분은 저도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할 때 저 자신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게 최우선인 것 같습니다. 입체적이라는 부분이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 영역 안에서 표현해내는 것도 벅찬데 제가 아닌 다른 어떤 걸 굳이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1979년 군산에서 태어난 송새벽은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배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던 형이 대학 붙으면 ‘같이 놀자’는 제안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대학 입학 후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서 연기를 처음 맛보게 됐고 군산에 있는 두 극단 중 하나에 입단하며 연기자로서 삶을 시작했다. 군 제대 후 학교 졸업도 미룬 채 상경해 송강호 문소리 강신일 유오성 등을 배출한 연우무대에 들어가면서 직업 배우의 길에 올랐다.
“제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해무’가 아닐까 싶어요. 우연찮게 봉준호 감독이 그 작품을 보고 저를 캐스팅하셨다고도 하더군요. 연극은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습니다.”
봉준호 감독을 사로잡은 그의 개성 강한 연기는 관객들이 알아보기 전에 감독들과 배우들, 스태프들의 입을 타고 전해졌다. ‘방자전’과 ‘해결사’ ‘시라노; 연애조작단’ ‘부당거래’ 등은 이 같은 ‘구전’의 결과다.
주연보다 존재감이 뚜렷한 조연으로 여러 작품을 거친 뒤 송새벽은 드디어 주연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송새벽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전라도 남자와 경상도 여자의 만남 그리고 두 가문의 충돌과 화해를 그린 이 영화에서 그는 펜팔로 경상도 여자 다홍(이시영 분)과 사랑에 빠진 순정만화 작가 현준을 연기했다.
“제가 전북 군산 출신인데 영화에서는 전남 광주 사투리로 설정이 돼 있어서 배우는 데 애를 먹었어요. 전남과 전북 사투리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목포 출신 연극배우 선배의 말을 녹음해 연습했습니다.”
‘마더’부터 ‘위험한 상견례’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송새벽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미래를 계획해본 적이 없다”며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주연이건 조연이건 좋은 이야기라면 어떤 작품이든 출연하고 싶다는 송새벽의 유일한 목표는 “오래도록 연기를 하는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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