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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교수가 '성냥팔이 소녀'에서 찾은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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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성냥팔이 소녀가 왜 얼어 죽었는지 아시나요?"

돌아갈 집이, 가족이 없었던 것도 아니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냥팔이 소녀 이야기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질문이 주어지면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기 십상이다.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가족친화포럼 창립총회'에서 '21세기 난문제를 가족친화 원리로 풀기'를 주제로 특별 강연에 나선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이 교수의 질문을 받은 청중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성냥팔이 소녀는 아버지 때문에 집에 못 들어가 얼어 죽었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성냥을 다 팔지 못하고 돌아가면 아버지가 매를 들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대답이었다.

성냥팔이 소녀의 얘기를 마친 이 교수는 지식인들이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자신이 해답을 안다고 여기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집(house)은 있었지만 가정(home)이 없던 성냥팔이 소녀의 얘기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가정이 붕괴된 우리 사회가 어머니의 역할 뿐 아니라 아버지의 역할도 고민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족이 무너지고 저출산이 문제가 된 것은 문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는 본능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문명사회에 찌든 인간의 본능이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가 아버지는 밖에서 일하고 어머니는 집안일을 하는 도시화 구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문명의 문제, 미래의 문제가 된 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과 남성, 사회 전체가 함께 발을 내디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발을 내딛지 않으면 이제 미래는 없다"고 말한 이 교수는 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하나는 '3살 마을 만들기'이고, 다른 하나는 '결혼 수첩 물려주기'다. 둘 다 이 교수가 직접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라고 했다.

중세 유럽에서 가장 유복했던 12~13세기는 여성들이 공동체를 이뤄 가난한 사람을 돕고 아이를 함께 길렀던 때라고 말한 이 교수는 생물학적으로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3살 까지는 모든 아이들이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3살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부모들이 아이를 기르면서 느낀 점, 아이가 아팠을 때 어떻게 했는지 등을 적은 결혼 수첩을 자녀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신을 정성껏 길러준 이야기를 자녀들이 읽는다면 그들도 부모처럼 온 힘을 쏟아 아이를 기를 것이 분명하다는 게 이 교수의 말이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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