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카타르가 전면에 나선 것은 이를 통해 아랍 세계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서방과의 관계 개선과 리비아 내 자국 이권 보호 등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아랍세계의 전통적 양대 강국으로 최대 공군력을 보유한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사태에 시종 침묵하고 있다. 이 두 나라는 런던 회의에도 대표자를 파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랍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민주화시위와 소요사태 때문이다. 이집트는 민주화혁명 성공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독재를 종식시킨 이후 수습에 바빠 나설 여유가 없다. 옆 나라인 리비아에 아직 많은 수의 이집트인들이 남아 있다는 점도 한 이유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랫동안 카다피 정권과 적대 관계였기에 개입할 동기는 충분하지만 사우디 국내에까지 민주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이기에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카타르는 이번 사태 전부터 리비아에 상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다. 카타르 국부펀드가 리비아에 수십억 달러 규모를 투자해 왔다. 카타르 정부 관계자들은 아랍권의 리비아 사태 개입 참여가 경제적 신뢰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에 미국·유럽측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카타르 입장에서 분명 위험한 점도 있다.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되고 아랍 여론이 반전될 경우 카타르는 비난의 중심에 몰릴 수도 있다. 하지만 FT는 카타르가 또다른 카드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아랍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위성보도채널 ‘알자지라’다. 카타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카타르 왕실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알자지라는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도 국제사회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 또 다른 이유는 카타르에서는 민주화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카타르는 자원 수출로 쌓은 국부를 국민들에게 배분해 빈부 격차가 적고 민생이 안정되어 있어 왕정에 반대하는 세력이 없다.
영국 외교안보분야 싱크탱크 RUSI(로열유나이티드서비스인스티튜트)의 데이빗 로버츠 부소장은 “카타르의 외교정책 목표는 국제사회에 카타르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유럽에게 도움이 절실한 때에 맞춰 카타르가 아랍세계의 깃발을 들고 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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