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으론 '건강 문제'라고 알려졌지만 김 사장을 아는 사람들에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싱글 골퍼로도 잘 알려져 있고 평소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쓴 그였기에 더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목표로 했던 매출 4조원 돌파에 실패했다. 이에 그룹 측에서는 예년보다 2개월 정도 빠른 인사를 단행, 5년째 장수 사장인 김진수 사장을 전격 경질하고 김 사장을 CJ제일제당의 구원투수로 등장시키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지난달 말 발표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10.3%나 감소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둬 김 사장이 심적 압박을 많이 받아왔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단기간의 실적만 보고 대표이사 사장을 불과 반년도 안 돼 경질하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최근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찍힌 점이 이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얘기다. 전문 경영인 입장에서 실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원가 압박 요인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였지만, 오너 입장에선 정부로부터 '괘씸죄'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묘한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
또 김 사장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는 2000년 업계 8위이던 제일선물 대표를 맡은 후 2년 만에 업계 2위로 끌어올렸고, 2004년 CJ투자증권 대표로 취임해 1년 만에 흑자기업으로 변신시켜 현대중공업에 매각한 바 있다. 이후 물류기업인 CJ GLS로 자리를 옮겨 1년도 안 돼 업계 2위권으로 키운 CJ그룹의 대표적 스타 경영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는 명분과 실리 두 가지를 모두 중요시 하지만 전문경영인은 하나를 위해선 다른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면서 "실적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고 투입된 김 사장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점과 가격 인상으로 여론의 질타를 맞았다는 점이 이번 인사에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김 사장의 저돌적인 카리스마가 CJ제일제당 내 기존 세력들에게 큰 위협이 되면서 반대파 목소리가 커진 것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소통 경영을 강조하며 매일 전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던 김 사장은 지난달 말부터 2~3일에 한번 꼴로 줄였으며 가장 최근의 메일도 1주일 전에 보내 그의 사임은 이미 3주전부터 예고돼 왔던 것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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