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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가 필요해>, <섹스&시티>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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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가 필요해> 2화 월-화 tvN 밤 11시
HBO <섹스&시티>는 여성의 욕망을 솔직하게 직면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작품이었다. 작품 속에서 여성들은 사랑을 위해, 혹은 사랑과 무관하게 섹스를 했으며 자신을 위해 돈을 벌고, 썼다. 그리고 이후 3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한 수 많은 드라마들이 이 작품을 벤치마킹 했다. <로맨스가 필요해> 역시 그러한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인공은 오랜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아 고심하고 있으며, 그녀에게는 사랑보다 체면이 중요하거나 사랑보다 쾌락이 중요한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섹스&시티>의 인물들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여성의 욕망에 초점을 맞춘 대부분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로맨스가 필요해>는 참고한 작품에 대해 대단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섹스&시티>가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것은 다만 이 드라마가 과감하고 선정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러티브가 섬세하고 캐릭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드라마는 상당히 빈약한 이야기와 전형적인 캐릭터로 이루어져 있다. 고학력의 현주(최송현)는 쑥맥이고, 화려한 서연(최여진)은 문란하다. 인영(조여정)은 성수(김정훈)와 이별한 뒤 계속해서 혼자서 상황을 만들어 가더니 별안간 집 앞으로 찾아온 성수와 재결합을 한다. 빈곤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인물과 사건은 구태의연할 뿐 아니라 평면적이다. 게다가 드라마 전반에 사용되는 내레이션은 라디오드라마의 수준으로 시시콜콜한 정보를 계속해서 제공하는데, 상황 몰입에 방해가 될 뿐 가슴을 치는 특별한 문장을 생산해내지도 못한다. 마치 게시판에 쓰인 흔한 연애담을 읽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지점은 그 연애담이 공감과 기시감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가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것은 그들의 생활이 우리와 일치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판단과 입장이 우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맨스가 필요해>는 누군가의 지루한 일기장을 복기하는 것으로 리얼리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드라마에서 리얼함이란 생생함에서 오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30대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 없이 일과 사랑을 말하겠다는 것은 분명 어불성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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