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미국 언론들은 가이트너 장관의 측근을 인용해 현재 의회에서 줄다리기를 거듭하고 있는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및 재정적자 감축 협상이 마무리되면 장관직에서 사임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언론 보도 후 가이트너 장관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1기 경제팀 중 유일하게 남은 인물이다. 지난해부터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회의(NEC) 의장,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 크리스티나 로머 경제자문위원장이 사임했고 오바마 대통령과 2004년부터 함께 해 온 최측근 오스탄 굴스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도 8월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경제가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빠져나오고 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등 안팎의 정세와 경제상황이 2009년 당시와 크게 바뀐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새 경제팀 진용을 꾸릴 이유가 된다.
WSJ는 가이트너 장관의 경우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경제정책 조율과 자문, 해외 각국 경제책임자들과의 회동 등 실무적인 면에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가이트너 본인도 “나는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며 여러 사람 앞에서 복잡한 문제를 설명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때문에 재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가이트너의 후임으로 전면에 나서 경제문제에 관해 당정간 의사소통을 주도할 더 ‘정치적’인 인물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화·민주 양당이 모두 동의할 만한 인사가 누구냐는 것이다. 백악관이 지명한 후보자는 상원 청문회에서 경제성장·일자리 창출·세금정책·재정적자 감축 등에 대한 전략을 밝혀야 한다. 일자리 확대를 강조하는 민주당과 백악관의 입장을 충족하면서도 공화당이 강조하는 재정적자 감축에도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아야 하기에 우선 예산분야의 ‘베테랑’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제이콥 ‘잭’ 루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대표적이다. 씨티그룹 출신으로 연방정부 재정문제에 대해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예산업무를 맡았으며 공화당 의원 다수도 그를 지지한다. 그러나 오랜 관료 경력 때문에 재계 사정에 정통하지 않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어스킨 보울스 현 재정적자대책위원장도 재정적자와 예산문제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손꼽히나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서는 감세폐지까지 불사해야 한다는 ‘매파’로 공화당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유력하다. 상무장관을 역임했으며 투자은행 JP모건 최고경영자(CEO)도 지내 정·재계 전반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 은행권 출신을 재무장관에 기용하는 데 반대하는 것이 걸림돌이다.
로저 C. 앨트먼 전 재무부차관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지난 1994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화이트워터 스캔들에 연루돼 낙마했던 경험이 문제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총재는 경제정책 전반에 있어서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최근 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채한도 상향 공방전에 별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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