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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T >, 노래는 설명하는 게 아니라 들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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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T > 화 Mnet 밤 11시
게스트로 나온 백지영은 자신에게 힘이 되는 노래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꼽으며 최영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언급했다. 우연이겠지만, < MUST >의 출발점은 이 시집에 수록된 ‘시’의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비평가 하나 녹이진 못해도/늙은 작부 뜨듯한 눈시울 적셔주는 시.’ 걸음걸음마다 삶의 고단함이 질질 끌리던 시기에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어떤 곡을 무한 리피트 해봤던 이들이라면 힘이 되는 절대음악을 시청자에게 전달해주겠노라 말하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반가울만하다. 아닌 척 하면서 ‘좋다/별로다’의 기준으로 노래를 줄 세우는 일이 빈번한 최근 음악 쇼의 경향 속에서는 더더욱. 리서치 결과에서 상위에 랭크된 황규영이 ‘나는 가수다’에 섭외될 확률은 거의 없겠지만, 학창시절에 ‘나는 문제없어’를 듣고 가슴 벅찼던 기억은 전문가나 청중평가단 점수 따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힘이 되는 응원가 이야기를 하다가 넥스트의 ‘그대에게’ 깜짝 무대를 보여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곡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와, 이 곡!’이라는 환기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그것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직관적이다. 하지만 굳이 ‘그대에게’에 ‘명곡’이라는 수식을 붙이는 MC 윤도현의 시도처럼, 이 프로그램은 이 직관적 과정을 굳이 설명으로 대체하려 한다. 김제동은 상위에 랭크된 곡들을 분석하겠노라 등장했지만, 정작 그가 말을 잘라먹은 신해철의 ‘Highway Star’에 대한 사연 같은 것이야말로 각 곡들이 수많은 ‘나’에게 힘을 주는 진정한 이유다. 장르와 음악성에 상관없이 나를 힘나게 하는 음악을 말하면서도 이들 곡을 일종의 아레나에 올리려 하는 < MUST >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마지막,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 맥 빠졌던 건 그 때문이다. 곡과 가수에 대한 리스펙트도 좋지만, 그 순간 필요했던 건 박수보다는 자기 연민의 떼창(혹은 떼창을 담아낼 녹음 역량)이었다. ‘뜨듯한 눈시울 적셔주는’ 노래는 위대한 노래가 아니라 별 것 아닌 내 곁에 다가와 토닥여주는 노래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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