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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땐 일단 계급장 떼고 오락부장에게 충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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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박사의 리더십 이야기

회식 땐 일단 계급장 떼고 오락부장에게 충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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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데이, 단합대회, 회식…. 조직 갈등의 해결, 분위기 진작을 위해 상사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전략은 함께 먹고 마시고 어울리는 행사다. 하지만 상사의 기대와 달리 대부분의 부하들은 오히려 피로증후군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호프데이, 단합대회, 회식…. 조직 갈등의 해결, 분위기 진작을 위해 상사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전략은 함께 먹고 마시고 어울리는 행사다. 하지만 상사의 기대와 달리 대부분의 부하들은 오히려 피로증후군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상사들은 왜 ‘모임’을 통한 단합에 집착하는가. 일단 눈에 띄고 스스로 마음에 흡족하기 때문이다. 조직 몰입, 직무 만족, 리더 만족. 질적인 평가를 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 공이 필요하다. 잘 측정도 되지 않는다.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을 경우의 위험 감수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우르르 몰려가 방방 뜨는 것은 모방도, 실행도, (표면적) 확인도 쉬우니 마음 편하게 채택하는 것이다.

당신은 “회식을 통해 오늘도 내가 우리 조직 기 살렸데이” 하며 자위하지만 실제로 당신만큼 부하도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답은 NO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인 것이다

돈 쓰고 시간 쓰고 몸 쓰고 마음까지 쓰며 어울렸지만 회식, 단체행사가 단합과 반드시 이어지진 않는다. “그간 마신 술잔의 수가 소통의 양이고 그 잔 수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수십 번을 왔다갔다” 한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것은 상사만의 개꿈이기 쉽다. 부하들의 생각 지형도를 읽어보면 회식과 단합 간에 인과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반대의 관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술 마시며 팀워크가 다져지기는커녕 술 마시는 동안 갈등만 증폭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회식 등 어울리는 기회를 아예 없애자는 이야기냐고 물어볼지 모른다. 아니다. 다만 회식 경영의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상사인 당신이 기대하는 대로 단체행사를 진정한 화합의 자리로 경영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첫째, 회식자리에선 계급장을 떼라. 젊은 직원들이 싫어하는 것은 회식자리가 아니라 회식의 분위기다. 자기 시간을 빼앗기는데 얻는 것은 없고 술이나 마시며 상사의 주사(酒邪)를 받아줘야 한다거나, 알고 보면 상사 자신부터 반성해야 할 교훈을 주절주절 듣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평소 자신이 어울리는 직급의 동료가 아니면 말을 섞으려 하지도 않고 일체 관심도, 눈길도 주지 않는 시대착오형 상사들은 회식에서도 티가 난다. 부하들이 회식을 가외 업무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식을 상사가 잔소리 시간으로 활용하려 하고, 사무실에서보다 잡일을 더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사 옆에 앉으면 숟갈 젓가락 커버 벗기는 일, 물 따르는 일, 술잔 채우는 일 등 온갖 잔심부름을 다해야 한다. 그러다가 2차 노래방이 제대로 예약되지 않는 등 행사 진행에 문제가 생기면 그 지청구는 모두 부하 몫이다. 회식자리가 상사가 부하의 비공식 업무력을 읽는 자리라 생각하니 불편하고 긴장되는 것이다.

회식문화가 횟수와 상관없이 잘 운영되는 조직들은 상사가 오히려 부하의 시중을 드는 문화가 뿌리내린 곳이 많다. S사는 직장 내에서 호프데이를 한 달에 한 번 연다. 외부 호프집에서 맥주와 치킨을 주문해 캐터링으로 한다. 이때 모든 시중과 심부름은 사장과 임원이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부하들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마시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상전 노릇하며 즐기고 마실 수 있다. 회식 피로 증후군을 불평할 턱이 없다.

L화학회사 K 부회장의 부하 술시중은 재계에선 유명하다. 그는 커다란 양푼에 막걸리와 소주를 섞어 폭탄주를 제조한 후 임원들과 함께 손수 쟁반에 받치고 들고 다니며 직원들에게 ‘한 잔’을 권한다. 안주까지 일일이 직접 입에 넣어준다. 회식을 상사 좋은 자리가 아니라 직원 좋은 자리로 만들라. 부하들을 회식에서도 시다바리, 조회의 대상자로 만들지 말라.

회식에서도 직급 나눠 상하로 차별하지 말라. 직급별로 즉, 임원은 임원끼리 뭉쳐 앉지 말라. 고루 섞어 앉고 최고경영자 주위일수록 신참, 아래 직급 직원을 앉히라. 회식이야말로 상하동참 같이 자리를 하며 일선직원에게 평등과 자부심, 일선직원의 의견을 들을 절호의 기회다.

둘째, TPO를 지키라. TPO는 잘 알다시피 Time, Place, Occasion을 말한다. 회식 등 단합행사는 시간, 장소, 주제를 반드시 명기해 미리 예고하는 것이 좋다. 직원들이 회식에서 제일 불만을 표하는 것이 ‘상사’ 일정에 맞춰 일정을 변경하거나 급하게 회식을 제안하는 경우다. 할 일이 밀려 있어 “잔업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하겠는데요”라고 하면 “얼마나 남았는데? 그 정도야 내일 하면 되잖아”라는 말도 한다.

선약이 있어서 참석할 수 없다고 말하면 “XX씨 안 되겠네~ 지금 우리 단체 생활하는데 혼자만 빠지겠다는 거야?”라며 은근한 압박을 주기까지 한다. 회식 장소, 메뉴 선정 시 자기 마음대로 하는 관리자 밑의 부하들에게 회식은 사기진작이 아니라 스트레스 진작이다. 문득 술이 당겨서 “오늘 저녁, 약속 없는 사람 맥주나 한잔 하지” 하며 직원들을 회식자리로 내몰지 말라. 올 사람은 오고 말 사람은 말라고 선택하라고 말한다고 해서 강제성이 없어지지 않는다. 선택사항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회식이 업무의 연장이라고 누누이 강조한 당신의 말을 기억한 부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약속을 취소하고 나선다. 혹시 당신은 기습 번개 회식에 참석하는 직원들의 눈도장을 충성도장의 척도로 내심 활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노림수를 알기에 ‘부하에겐 번개팅 회식의 선택’이 ‘강요’로 작용하는 것이다. 회식 날짜는 미리 예고해 부하들이 스케줄에 잡아놓을 수 있도록 하라.

장소나 메뉴는 부하들의 의견을 따르라. 당신의 취향을 반영한 회식은 어쩌다 한번 정도만 하라. “우리 팀장이 이런 숨은 맛집도 아네” 하고 놀랄 정도의 후광 효과를 주는 곳 정도로 한두 번이면 족하다.

주제는 송별회면 송별회, 상부에서 내려온 격려금 포상 등등 주제를 분명히 하라. 이유가 막연하게 ‘회식’이나 하지 하면 직원들은 불안하기 쉽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우리를 강제 소집하려는 걸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투명하게 주제를 공개하고 예고하라. 그래야 부하직원도 잔머리 굴리지 않고 마음 편하게 참여할 수 있다.

상사로서 이 모든 회식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은 오락부장을 두는 것이다. 오락부장에게 일체의 진행과 기획을 일임하라. 자연히 백화제방(중구난방?)의 의견은 수렴되고 취합되고, 맡은 오락부장 담당자는 신이 나서 깃발을 들 것이다.

당신은 순한 팔로워로서 양처럼 좇아가라. 회식 만족도와 쑥쑥 살아나는 부하들의 기운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회식의 효율성은 상사의 불편함에 비례한다.

김성회 칼럼니스트
CEO리더십 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인문학과 CEO 인터뷰 등 현장사례를 접목시켜 칼럼과 강의로 풀어내는 리더십 스토리텔러다. 주요 저서로 <성공하는 CEO의 습관> <내 사람을 만드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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