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A씨는 발품을 팔아 하왕십리동에 전용면적 79㎡를 3억원에 계약했다. 가지고 있던 전세보증금 2억2000만원에 은행에서 8000만원을 5.2%의 고정금리로 대출 받았다. 월 35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지만 역세권에 위치한데다 여러 정황상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전세자금 이용 내집마련=구로구 신도림동 대림 1차 76.03㎡의 경우 올 초 3억2000만원이던 매매가는 현재 거의 변함이 없는 반면 전셋값은 1억7000만원에서 2억50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가는 지난해와 별 반 차이가 없지만 인근에 구로역이 위치해 있어서 맞벌이 전세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며 "이 기회에 지금살고 있는 전셋값에 돈을 보태 내집마련에 나서려는 세입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서울의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서울 지역 평균 전세가 비율이 올초에 비해 높아졌다. 아직까지 서울지역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평균은 47%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차이가 큰 편이다. 하지만 서울 강북과 구로, 수도권 중소도시에는 전셋값이 매매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곳도 찾을 수 있다. 이런 지역에서는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주택 구입에 관심이 큰 편이다. 부동산1번지 나기숙 연구원은 "강서와 강북 등 지난해부터 매매가가 크게 빠진 지역 중 최근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초기 주택자금이 부담되는 이들에게는 전세 자금을 이용해 내집마련에 나서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직장인층이 많은 강서권은 전세가비율이 60%이상인 단지가 구로역, 신도림역, 신림역 등을 중심으로 몰려 있다. 구로구 구로동 구로두산위브 전용 52.8㎡는 매매가가 2억~2억2000만원이고 전세가격이 1억5000만~1억6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77%에 이른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푸르지오 전용 82.6㎡는 매매가가 3억8000만원대지만 전세가는 2억4500만원선이다.
노원구를 비롯한 강북권과 수도권 지역에서는 최대 1억5000만원 미만 자금으로 소형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다.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 전용 824㎡는 3억500만원에 매매되고 있는데 전세가는 1억9500만원으로 전세가비율이 60%를 넘는다. 1억1000만원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집값 오르지 않을 경우 '부담'=소형주택 부족과 재개발 이주 수요의 증가, 가을 이사철까지 합세해 당분간 전세금은 더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그러나 전세가율이 높다고 무턱대고 매입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임대소득자 입장에서 전세가 비율이 높지만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경우 처분할 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씨티은행 김일수 PB는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고 있어 전세를 낀 내집마련의 모습은 점차 사라질 수 있다"며 "전세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자금 등의 본인 부담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개발호재, 교통, 학군 등 침체기를 벗어나 집값이 오를 만한 요소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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