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영화에 어떻게 부응하나
또 한편의 샤넬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지난 62회 칸 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영되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샤넬과 스트라빈스키>는 샤넬의 모델이었으면서 ‘자체가 샤넬’이라고 하는 배우 아나 무글라리스의 걸음걸이, 의상과 저택, 액세서리까지 볼거리가 풍부한 화면이 백미다. 여기서 궁금한 것, 이렇게 패션 하우스에 관련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해당 브랜드와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
"영화 속 샤넬이 샤넬일 수 있도록"
샤넬 측은 “브랜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샤넬은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의 감독 얀 쿠넹 감독은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와 샤넬로부터 많은 기록과 컬렉션에 관해 도움을 받았다고 전한다. "칼은 그녀를 위해 탁월한 드레스를 디자인했다. 칼은 우리에게 샤넬의 의상과 버릇에 대해 조언을 해 주었고 그녀의 프라이빗한 옷장을 공개했다. 우리는 샤넬의 집에서 촬영하며, 그녀의 물건들을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가능한 선에서 패션 하우스는 그들 패션 아카이브를 전폭 지원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샤넬 역할을 했던 여배우들이 주요 장면에서 입은 드레스는 칼 라거펠트가 직접 제작해 선사한 것들이다. 특히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에서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공연 무대에서 입었던 흰 이브닝 드레스 역시 칼 라거펠트가 나서 제작한 것이었다.
지난 2009년, 샤넬의 수습 기간을 다루는 또 한편의 영화 <코코 샤넬>도 칼 라거펠트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 마지막 장면, 가브리엘 샤넬과 칼 라거펠트가 만든 40여 개의 작품을 샤넬 아카이브로부터 대여해준 것. 과거 샤넬의 작업실이던 ‘뤼 깡봉’을 영화 속 패션쇼 장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기도 했다.
영화는 곧 ‘브랜드 아카이브’
거장 이브 생 로랑의 40년 패션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라 무르>는 건축과 회화, 패션과 음악의 각종 장르를 넘어선 크로스오버 작업에 최초로 도전했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영화다. 세계 각국의 민속의상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연이어 발표하고, 최초로 흑인 모델을 오뜨 꾸튀르 무대에 올렸으며 패션쇼 피날레에 등장하기 시작한 첫 번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삶과 브랜드 히스토리를 읽고 들여다볼 수 있는 패션 아카이브와 같은 영화다.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서 현재 그의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톰 포드의 <싱글맨> 역시 장면 장면이 그의 디자인 세계다. 호평 속에 감독 신고식을 치룬 그의 첫 번째 영화는 디자인을 좋아하는 이라면 빠져들만한 미장센이 가득하다.
주목받는 에르메스 영화
디자이너의 일대기를 그리거나 감독으로 데뷔하거나. 보통 패션 하우스는 직접 영화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다만, 에르메스의 경우 <Hearts & Crafts>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를 제작했다. 14살에 시작해 30년이 넘도록 장인으로 성장하는 사람들, ‘40년째 여전히 배우고 있다’ ‘손으로 일하고 일에 마음을 바치는 것’이라는 장인의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가 곧 브랜드 에르메스의 일부인 셈이다. <Hearts & Crafts>는 '에어프랑스' 기내에서 상영하기도 했고, 오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계에서 관심을 보이는 작품으로 ‘명품’ ‘럭셔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을 영화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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