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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이것은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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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8회 월-화 MBC 밤 9시 55분
“왜 사느냐고 하셨습니까? 폐하께서 절 죽지 못하게 만들어 이리 살고 있습니다.” 자신을 나무라는 아비(최종환)에게, 의자(조재현)는 죽기보다 못 한 제 삶을 들어 보이며 쏘아 붙였다. 기실 <계백>에 “왜 사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인물은 몇 없다. 사택가문 청산 실패와 무진(차인표)의 죽음으로 인물들의 생은 산산이 부서졌다. 의자는 어머니의 위패 앞에서 차라리 같이 데려가지 그랬느냐 통곡하고, 은고(송지효)는 “목적을 이루기 전까진 모든 것이 사치”라고 말한다. 그렇게 망가진 생의 보답을 받기 위해 모두가 복수심을 품은 채 치열하게 살고 있는 가운데, 계백(이서진)이 있다. 가족을 잃고 말을 잃었으며 이름도 없이 그저 ‘이리’로 살아가는 그에겐 더 이상 잃을 것도 취하고자 하는 것도 없다. <계백>은 8회 내내 주인공 계백의 입을 닫아둠으로써, 삶의 목적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이리’와 “살아남으라”며 삶 자체를 명령하는 계백 사이에 거대한 괄호를 쳐두었다.

그래서 8회가 의자가 가잠성 전투에 참전한다는 소식을 들은 계백이 마침내 입을 여는 장면으로 마무리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조선 중기 역사서 <해동잡록>은 계백을 가잠성의 성주로 김유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기록하고 있다. 승리의 현장인 가잠성이 포로 ‘이리’의 말문을 열어 계백으로 각성시키는 무대로 다시 쓰여진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승리하는 영웅의 서사가 아니라 삶의 목적마저 잃었던 자가 어떻게 다시 꿈을 꾸고 생의 의지를 다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생존의 서사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평생의 군주 의자와 평생 적수 김유신(박성웅)이 뒤엉키는 전장을 예고한 다음화가 기대되는 것은 그 까닭이다. 아역들이 물러나고 성인 연기자들이 채운 새 전기를, <계백>은 ‘어떻게 다시 삶의 목적을 찾을 것인가’라는 거대한 화두를 던지며 야심차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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