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연일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23일까지 전국 175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을 모았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해피엔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제작한 명필름과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돌또기가 공동 제작한 이 영화는 그간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허술한 시나리오, 개성 없는 캐릭터, 유머의 부재 등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순제작비 30억원으로 제작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이미 국내 개봉 성적만으로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다음달 2000여 개 스크린을 통해 중국에서 개봉할 예정이어서 침체된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흥행은 현재 꿈틀거리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단면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이 영화의 흥행은 앞으로 개봉하거나 제작될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징적인 것은 순수 국산 프로젝트인 <마당을 나온 암탉>과 달리 최근 제작 진행 중인 애니메이션 영화의 대부분이 해외 시장을 겨냥한 합작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한국과 할리우드의 합작 프로젝트 <다이노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참여하는 <아웃백>과 <뽀로로와 신나는 아이스레이싱> 그리고 3D 전문업체 레드로버가 제작하는 4D애니메이션 <넛잡> 등이 눈에 띈다. 올 겨울 개봉하는 <아웃백>에 이어 내년에는 <다이노맘>과 <뽀로로와 신나는 아이스레이싱>이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며 <넛잡>은 2013년 개봉이 목표다.
네 작품 외에도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의 한 유명 제작사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기성 애니메이션 감독과 작가를 기용해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명필름과 오돌또기는 개별적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의 뒤를 이을 애니메이션을 기획 중이다. 정부도 <마당을 나온 암탉>의 흥행에 자극받아 국산 애니메이션 지원정책을 검토 중이다. 18일 <마당을 나온 암탉>을 관람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영화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라고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에게 주문했다. 김의석 위원장은 <10아시아>와 전화통화에서 “정병국 장관의 요지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공이 1회성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세우라는 것이었다”며 “관련 지원 정책은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조만간 확정이 됐을 때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신화창조 프로젝트’를 통해 <마당을 나온 암탉>에 투자 지원한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또 다른 애니메이션 지원투자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디지털콘텐츠 제작과 기획, 배급, 전시, 상영 등의 복합기능을 갖춘 송도애니메이션파크가 내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일시적이고 단면적인 현상에 불과할 수 있지만 침체에 빠져 있던 한국 애니메이션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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