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나친 친서민 일변도의 정책이 금융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상급기관의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말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서민 위주로 가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나왔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공동 고금리 수신상품의 경우 경영진 배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배임 문제는 금감원이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수장 중 한 쪽이 지나치게 튀다 보니 수장들 사이에 말이 어긋나는 부분도 자주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은행들의 갑작스런 가계대출 중단을 불러온 금융위의 총량규제다. 한달 대출증가율을 0.6% 이내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규제로 일부 은행이 가계대출을 사실상 중단했고, 권 원장이 뒤늦게 나서서 "대출을 재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요구한 사항에 대해 하위 기관인 금감원이 뒤집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내부에서도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정책 수장과 감독 수장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금융시장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금융 매각 실패, 가계부채 대책 난항 등으로 힘을 잃고 있는 김 위원장과 대조돼 지나치게 튀어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권 원장이) 금융위 내부 실ㆍ국장급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도 김 위원장보다 세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친서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금감원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 논의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권 원장의 친서민 행보는 더욱 범위를 넓혀갈 전망이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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