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앙등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수출부진까지 겹치면서 복합불황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거시경제 지표가 일제히 악화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도 심상찮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여러 차례 내놓았으나 약발이 나타나지 않는다. 7~8월 중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나 늘어나 10조원을 넘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최근 반년 사이 0.6%선에서 0.8% 가까이로 상승했다.
사방이 암초투성이다. 그런데 한국경제호(號)의 조타실에 있는 경제관료들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상황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커녕 갈수록 몸을 움츠리며 변명만 늘어놓는다. 지난달 무역흑자 급감에 대해선 '7고8저 현상이니 걱정할 게 없다'고 하고, 물가급등에 대해선 '일시적 현상이니 진정될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금융긴축의 시기를 놓쳐 물가와 가계부채 문제를 키우더니 최근에는 경기하강 시기에 '균형재정 조기달성'을 내걸고 재정긴축 자세를 취한다. 경제는 난국인데 정책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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