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신발을 판매하는 바타라는 회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몇 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하나의 실험을 합니다. 저소득 여성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와 협력해서 낙후된 지역 여성들을 신발산매상으로 교육시킨 것이지요. 불과 2~3달러에 지나지 않는 샌들이지만 이 신발을 판매함으로써 미혼모나 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당당히 사업가로 자립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현재 바타의 방글라데시 신발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습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최근 들어 흔들리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의 훼손, 광신주의와 테러리즘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경제문제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제체제를 바꾸지 않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힘을 얻어갑니다.
그래서 최근 기업이 단지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경제의 주체일 뿐 아니라 사회의 변화와 개선을 이루어낼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하며 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넬대학의 스튜어트 하트 교수는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의 한계가 분명해진 이상 기업이 이런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예측합니다. 노벨상을 받은 그라민 뱅크의 사례는 너무도 유명하고, 앞서 바타의 사례도 이런 가능성을 알려줍니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아직 미미하고 체계가 잘 잡혀 있지도 않습니다. 여전히 대다수의 기업들은 '대상고객에게 물건을 팔아 돈을 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기업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맡게 되는 또 다른 '거대한 전환'의 시대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저는 예감합니다. 이런 날이 온다면 기업은 무엇보다도 '고객'이 아닌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고, 그 준비는 어쩌면 바로 오늘 시작되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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