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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협동조합을 가다] 육가공으로 9조원이나 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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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협동조합 '그리너리' 네덜란드 전체 생산 40%
덴마크 '데니쉬크라운' 1주일 돼지 10만마리 처리


[네덜란드·덴마크 = 고형광 기자]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남서쪽으로 60km 가량 떨어진 블라이스베이크 지역의 한 물류센터.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차량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한다. 네덜란드 채소·과일·버섯 농가들의 협동조합인 '그리너리(Greenery)'의 물류센터 현장이다.
이 곳에서는 매 시간마다 엄청난 양의 파프리카들이 포장·운반되고 있었다. 자동화된 작업장 내부의 레일은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사람 손처럼 생긴 로봇들이 빠른 속도로 파프리카를 무게와 색깔에 따라 자동적으로 분류해냈다. 파프리카를 크기별로 분류하는 선별작업에서 이를 다시 각각의 비닐에 담는 포장작업까지 마무리되는데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작업장엔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동화돼 있었다.

▲ 네덜란드 블라이스베이크에 위치한 그리너리 유통센터. 작업장에서 파프리카 선별작업이 한창이다.

▲ 네덜란드 블라이스베이크에 위치한 그리너리 유통센터. 작업장에서 파프리카 선별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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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는 이런 그리너리 유통센터가 3개가 있는데, 그 중 이 곳 규모가 가장 크다. 1년에 50만박스 정도의 채소·과일이 이곳에서 유통된다. 이런 식으로 네덜란드에서 생산되는 채소·청과 물량의 40%가 그리너리를 통해 유통되는데, 25%만 내수용이고 사용되고 나머지 75%는 모두 유럽과 북미, 동아시아 등에 수출된다.

그리너리의 물류설비와 판매망은 처음부터 이렇게 자동화돼 있지는 않았다. 그리너리는 1903년 청과 농가들의 경매장 형태로 출발했는데, 1980년 후반 들어 유통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규모를 키웠다.
급기야 1996년 9개 경매농협이 합병하면서 지금의 '그리너리'를 만들어냈고, 별도의 자회사를 세워 농산물 판매를 전문화했다. 조합원은 채소·과일·버섯 등 신선 농산물을 공급하고, 유통과 판매는 자회사에서 소화하는 시스템이다.

그리너리가 만들어진 후 5~8단계에 달했던 농산물 유통 과정은 '생산자→그리너리→슈퍼마켓' 3단계로 축소됐다. 농민들은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팔고, 소비자들은 신선한 농산물을 더욱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는 유통구조가 확립됐다.

아드 클라센 그리너리 조합 관계자는 "그리너리는 농민 조합원의 요구로 생겨난 조합"이라며 "몸집을 키워 얻은 이익을 농민 조합원에게 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리너리가 올린 매출은 18억4000만유로(2조9400억원), 순이익은 4800만유로(770억원)에 이른다.

▲ 알스미어 화훼경매장. 농가들이 꽃을 키워 수확해 보내기만 하면 이 곳에서 포장, 경매, 수출 등 모든 작업을 처리한다.

▲ 알스미어 화훼경매장. 농가들이 꽃을 키워 수확해 보내기만 하면 이 곳에서 포장, 경매, 수출 등 모든 작업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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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찾은 암스테르담 인근에 있는 알스미어(Aalsmeer) 화훼경매장은 집적화를 이룬 곳이다. 네덜란드 최대 화훼협동조합 '플로라 홀랜드(Flora-Holland)'의 6개 경매장 중 한 곳인데, 알스미어 경매장은 규모면에서 다른 곳을 압도한다.

이 곳에서 하루 거래되는 꽃송이의 양은 2100만송이, 고용인원만 1만3000여 명이다. 경매장의 크기(1810ha)만 해도 우리 양재동 화훼시장의 20배를 넘는다. 경매에 나온 꽃들은 새벽부터 품질 검사를 거쳐 오전 6시부터 경매에 부쳐지는데, 오전 10시쯤이면 대부분의 경매가 끝난다.

경매장 홍보담당관은 "전 세계 꽃 교역량의 80%가 알스미어를 포함한 네덜란드 꽃시장에서 거래된다"고 말했다.

▲ 알스미어 화훼경매장 내 경매룸. 조합 농가들이 생산한 꽃이 경매되고 있는 모습.

▲ 알스미어 화훼경매장 내 경매룸. 조합 농가들이 생산한 꽃이 경매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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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축산협동조합 '데니쉬크라운(Danish Crown)'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도축공장이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차를 타고 서남쪽으로 4시간 가량(260km)을 내달려 도착한 호센스(Horsens) 지역. 평화로운 들판에 마치 IT기업의 연구소를 연상케 하는 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유럽 최대 축산 협동조합인 데니쉬크라운의 도축공장이다.

6000억원이 투입된 이 도축장은 유럽에서 첫번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돼지 도축능력을 자랑한다. 공장 부지만 8만2000㎡로, 대형 축구장 8개가 들어설 수 있는 규모다.

돼지 1마리를 도축해 총 7km에 이르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부산물을 분류하고 냉장처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에 불과하다. 자동화 시스템 덕에 1시간에 1200마리, 1주일에 10만마리의 돼지를 도축할 수 있다.

우선 초음파 센서가 이산화탄소 질식 방식으로 도축한 돼지의 몸통을 스캔해 지방, 골격, 고기비율 등을 분석한다. 그 결과는 돼지가 매달려 있는 갈고리에 부착된 컴퓨터칩에 자동적으로 입력된다. 고기를 잘라내는 곳에선 X-선 촬영장비를 활용, 부위별로 정밀하게 자른다.

▲ 덴마크 호센스에 위치한 유럽 최대 돼지 도축가공공장 '데니쉬크라운' 전경.

▲ 덴마크 호센스에 위치한 유럽 최대 돼지 도축가공공장 '데니쉬크라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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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질병유무 검사에서부터 도축돼 부위별로 나뉘기까지 모든 과정이 첨단기술로 이어진다. 도축장이 내려다보이는 복도에서 조차 돼지 누린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위생적이다.

데니쉬크라운은 1970년대 54개에 달했던 덴마크 양돈협동조합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덴마크에서 데니쉬크라운에 인수되지 않은 양돈협동조합은 티칸이 유일하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육류 유통시장의 90%를 장악한 데니쉬크라운은 해외로 눈을 돌려 육류와 가공식품을 1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칼 뮬러 데니쉬크라운 전략담당이사는 "조합은 효율성이 높고 생산비용이 절감돼 농가가 살아남는데 필수"라며 "조합에 가격 결정권을 위임하는 동시에 출자의무와 조합 운영에 관한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데니쉬크라운은 덴마크 농업부문 수출의 43%, 전체 수출의 4.3%를 차지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육류 수출업체로 성장했다. 지난 한 해 육류와 가공식품을 팔아 60억유로(9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 데니쉬크라운 도축장 내부모습.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도축에서 냉장처리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40분이다.

▲ 데니쉬크라운 도축장 내부모습.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도축에서 냉장처리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4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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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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