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올 추석은 이래저래 시름을 더한다. 치솟은 물가 때문에 당장 차례상 차리기가 여간 버겁지 않다. 시장을 다녀온 주부의 한숨이 부엌에 가득하다. 대학을 나오고도 직장을 잡지 못한 젊은이들은 고향행을 포기한 채 명절연휴 기간에 평소 시급의 1.5배를 준다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나서는 '점오배족'을 자청하지만 이마저 떼이는 경우도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그렇게 친서민 정책을 외치지만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하고 사회 각 부문에서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민생을 위한다는 구호는 난무하지만 추석 민심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많은 이산가족들이 기대했지만 올 추석에도 남북이산가족 상봉은 없이 지나갈 판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도 일부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려 비 피해가 컸는데, 올해도 태풍 꿀랍의 여파로 많은 비가 내릴 것라는 예보가 걱정을 더한다.
올 추석을 앞두고도 연례행사처럼 민생안정대책이 나왔고,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의 재래시장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이런저런 민생대책도 명절이 지나고 나면 그뿐 다 잊어버린다. 정치인들의 잇따른 민생탐방 발길도 표를 의식한 전시행사이지 정책과 제도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민생이 명절용, 선거용이 따로 있을 리 없다. 정치의 답은 민생에서 찾아야 하며, 민생은 꾸준히 챙겨야 한다. 정치권은 자신의 차례상을 차리기에 앞서 국민의 차례상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