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국가적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과 '선택과 집중'을 일관된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몇몇 IT 대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또 모아지면서 정책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되 집중되고 있으며 인력 정책도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력, 더 나아가 맞춤형 인력 양성 및 계약형 학과 신설 등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IT 산업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 분야로 확대됐으며 쏠림현상이 큰 우리나라 특성상 지난 10년간 공과대학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소프트웨어 때문에 문제가 불거졌지만 그간 타 산업에서도 인력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얼마 전 원전 수주 후 원자력 인력 부족 문제가 대두됐고, 중동ㆍ아시아 등에서 대규모 플랜트를 수주하면서 다시 되살아난 화공 엔지니어링 분야는 지금 인력난을 겪고 있다. 우리가 현재의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과거의 문제가 다른 모습으로 다시 발생할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와 같은 인력양성 체제라면 우리는 대응이 불가능하고 언제나 인력 부족, 교육 부실을 탓할 수밖에 없다.
변하지 않는 교수들이라 말을 하지만 지난 10년간 공대 교수들과 공학교육은 빨리 변해버렸다. 공학의 특성상 주어진 시스템에서 최적의 해답을 찾는 일에 익숙한 공대 교수들은 새로운 시스템이 주어지면 '왜'라는 근본적 물음을 던지기보다 이를 수용하고 그 안에서 각자 해답을 찾는 '어떻게'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현재의 공학교육이 과연 바람직한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교수보다는 학생과 국가를 위해 무엇이 옳은지, 또 옳은 체제를 작동ㆍ유지하게 하는 제도는 무엇인지 허심탄회한 논의가 시급하다. 그리고 결론은 산업의 근본적 문제를 다루는 공학지식으로 무장해서 어떤 변화에도 대응 가능한 유연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지현 경원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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