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심씨는 영화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만으로 '영구아트무비'를 설립했고, 몇 편의 영화를 내놓았다. 모두가 우려했던 대로 흥행은 참패했고 그는 사람들에게 실패자로 자리 잡는 듯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도전정신과 열정만으로 똘똘 뭉친 소위 '영구와 같은' 벤처기업인이 많았다. 이른바 벤처붐을 타고 수백 개의 기업들이 탄생했고, 이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놓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큰 몫을 해냈다.
그러나 2002년 횡령, 배임, 분식회계 등 온갖 불명예스러운 사건과 함께 벤처 붐이 꺼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도전해 어렵게 성공한 많은 벤처기업들도 함께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다.
실제로 벤처기업 성공률도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통계에 따르면 1998년 '벤처확인인증'을 받은 기업 4만397개 중 10여년 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곳은 242곳에 불과했다. 성공률이 1%가 채 되지 않는 셈이다.
또 1999년 말 기준 코스닥 상장사가 474곳이었으나 2010년 9월에는 248개로 감소했다고 한다. 10년 사이 무려 226개가 퇴출됐다는 얘기다.
미국의 스탠퍼드 등 명문 대학에서는 그 대학의 가장 훌륭한 인재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한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벤처기업의 성공률도 약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젊은이들이 그 수치만 보고 다들 취업의 길로 빠졌다면 그렇게 세계를 바꾼 위대한 기업들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심형래씨의 도전정신만은 미국의 인재들에 뒤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갖고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SF 어린이 영화라는 신규시장에 거침없이 뛰어들어 개척해나갔다. 이러한 도전정신만은 몰락하지 않아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벤처기업들이 계속 나타났으면 한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젊은이들과 벤처기업인들의 희망이자 도전정신의 본보기가 됐던 '영구 정신'만은 없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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