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삼성중공업 영업 3팀에게 지난 2003년은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돌이켜 보면 어느 프로젝트 하나 수월하게 성사된 적은 없지만, 특히 기업에 남는 프로젝트는 열사의 땅 오만에서 일본 조선소와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주한 14만7000㎥급 LNG선 1척(옵션 1척 별도)을 꼽을 수 있다.
오만은 아라비아 반도 남단에 예멘과 마주해 길게 누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아랍국가다. 고온 건조한 전형적인 사막성 기후답게 계약을 위한 미팅이 한창이던 4월과 5월, 살인적인 더위로 우리를 괴롭혔다. 타고 다니던 승용차의 천장이 녹아 내려 한 손으로 가운데를 받치고 호텔과 입찰 장소 사이를 오갔던 기억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다. 기후조건 못지않게 수주환경도 열악했다. 당시 오만이 보유하고 있던 2척의 LNG선은 모두 일본에서 건조됐거나 건조중에 있었고, 미쓰이 물산이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렇다보니 우리 삼성은 입찰견적 과정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때부터 일본의 영향력은 본격화 됐다. 일본 조선소는 입찰 평가의 실무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MOL사와 결탁해 견적 요구사항을 자기네들에게 유리하게 만드는가 하면, 평가중 ‘선가 개선 요구 불가’라는 입찰 가이드 라인조차 무시하고 지불 조건 및 선가 재제출을 요구해 이미 최선의 오퍼를 제시한 우리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려했다.
그들(물증은 없으나 ‘일본 커넥션’이라 부르기에 충분한)은 처음부터 한국 조선소를 배제시키고 총 4척의 물량을 일본 컨소시엄(미쓰비시중공업-가와사키 조선)에 나눠 주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한 계획된 수순에 우리의 경쟁력이 걸림돌이 되자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던 것이다.
이에 우리도 Technical 및 Commercial 미팅을 통해 그러한 요구의 부당함을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오만 정부에 국제입찰의 투명하고 공정한 진행을 촉구하는 등 원칙에 입각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했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으로 ‘그들’은 차선책인 요구납기 내 인도 여부를 문제 삼으며 2개 조선소 분할 발주라는 최후의 카드를 내놓았다. 2003년 5월 17일, 삼성과 일본 컨소시엄에 각각 확정 1척 및 옵션 1척씩 발주가 선언되고, 이어 7월 14일 오만의 수도 무스캣에서 본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 삼성으로서는 전량 수주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경쟁사와 입찰 평가단의 결탁에 맞서 당당히 수주를 성사시킨 값진 승리였다. 전제진 과장(조선해양 영업3팀)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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