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입맛 적중...0.5초당 1개씩 팔려
3초마다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해서 루이뷔통 가방을 '3초백'이라고 부르지만 이보다 더한 상품이 있다. 주인공은 롯데리아의 불고기버거. 이 버거는 0.5초당 한 개씩 판매돼 0.5초 버거로 불린다. 한 해 수많은 메뉴가 출시됐다가 사라지는 외식업계에서 19년째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불고기버거는 현재까지도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만큼 단연 으뜸이다.
'대박' 행진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인 입맛에 맞는 불고기소스에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한국인들은 '불고기'하면 달짝지근한 양념소스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며 "최초로 쇠고기를 이용해 불고기패티를 만드는 것도 힘들었지만 버거에 어울릴만한 불고기소스를 개발하는 것에는 더 큰 공이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성공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롯데리아 상품개발팀과 중앙연구소 제8팀의 연구개발진이 총동원되어 호주청정우를 사용한 쇠고기 패티에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불고기소스를 더해 한국인들의 식성을 정확히 파고 든 것. 당시 개발 담당자들은 한국인들이 진한 소스를 좋아한다는 점을 파악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달짝지근한 불고기소스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패티ㆍ번 등 다른 재료와 조화시켜 맛을 극대화시키고 넉넉한 소스와 마요네즈가 어우러져 고소한 맛을 내세운 롯데리아 불고기버거는 지난 광우병 파동으로 햄버거가 외면받았던 시기에도 매출이 15% 증가했다.
롯데리아는 불고기버거의 인기에 힘입어 불갈비버거(98년)ㆍ라이스버거(99년)ㆍ김치버거(2001)를 연이어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한우와 쫄깃한 떡이 들어있는 한우레이디버거도 선보였다. 후속 제품들 역시 '우리 맛 시리즈 햄버거'로 통칭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제품들을 총지휘한 사람이 바로 이철우 현 롯데백화점 사장(전 롯데리아 사장). 이 대표는 "발상의 전환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패스트푸드에 우리의 먹을거리를 섞어보자고 생각했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가 이런 것을 만들었다면 우리는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었을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롯데리아는 향후에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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