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의 굴욕
시행사인 인천도시개발공사에 따르면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특별공급 물량을 제외한 국민임대ㆍ일반 분양 물량 1066가구에 대한 1ㆍ2순위 청약을 실시한 결과 총 37명이 접수하는 데 그쳤다. 27일 1순위 모집에서 35명, 28일 2순위 모집에서 2명이 각각 청약했다.
이는 지난 2005년 이후 한때 분양 광풍이 불 정도로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인천 송도의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송도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분양 열기가 식으면서 미분양 물량이 1000여 가구 가량 쌓인 상태로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신규 분양 일정을 대거 연기해 오다 올 가을 들어 각종 개발 일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일부 물량을 분양 시장에 내놓고 성공 여부에 노심초사하던 상황이다.
11월 중 송도아트윈 주상복합아파트(999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며, 송도 1공구 D블럭(1402가구), 7공구 M1블럭(980가구) 등도 둘줄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송도 웰카운티 5단지는 최고의 알짜배기 부지에 공급되는 아파트로 기대를 모았지만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단지 내 초, 중, 고교 4곳이 밀집해 있어 교육환경이 우수하며, 반경 500m 주변에 최근 삼성전자가 총 2조 1000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되고 있는 삼성바이오단지가 조성 중이고, 단지 바로 위에는 송도글로벌캠퍼스 및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가 자리잡고 있는 등 갖출 것은 다 갖춘 물량이었다.
송도웰카운티 5단지의 분양 실패는 우선 너무 비싼 분양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천도개공은 분양가를 3.3㎡당 1010만원~1274만원 선으로 잡았는데, 시장에선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으로 볼 때 900만원 대가 되도 통할까 말까라는 지적이다.
또 소형이 인기를 끌고 있는 최근 분양 시장의 추세와 달리 중대형 물량을 공급한 점도 저조한 실적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민 임대 물량이 전용 면적 84㎡(옛 33평형)의 중형 아파트로 공급되는 한편 일반 분양도 전용면적 96㎡(옛 38평)~134㎡(옛 52평)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로 구성돼 있어 소비자들의 선호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분양 예정인 다른 아파트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일부 물량의 경우 분양 일정이 또 다시 연기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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