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통합론, 민주당도 봉합 못했네
손 대표의 통합 구상 발표 현장에는 민주당 최고위원 전원이 참여했다. 당 지도부는 발표 문구 수정을 비롯해 통합의 또 다른 한 축인 '혁신과 통합'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와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합 구상은 현 민주당 지도부가 통합을 주도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통합 연석회의가 통합의 원칙과 대상과 범위, 향후 일정 등을 결정하게 되지만, 연석회의 민주당 측 대표자들을 구성하는 것부터 현 지도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12월로 예정된 통합전대는 대의원과 당원들이 새 지도부를 결정하기보다 정치적 협상을 통한 추대형식의 정파별 지도부가 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도부의 기자회견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강창일 의원 등 다수의 의원들은 "민주당의 환골탈퇴를 거부하고 당이 문을 닫을 때까지 자신들(지도부)이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도부를 옹호하거나 대변하는 발언들은 나오지 않았다.
차기 당권주자들도 크게 반발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통합과 전당대회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통합과 전대를 분리할 것을 주장했다. 김부겸 의원은 성명을 내고 "야권통합이 범민주개혁세력의 환골탈태를 회피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당의 혁신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정면에서 거부한 지도부의 처사에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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