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소비행태 변화와 국제기준을 도입했다지만 물가지수를 낮추는 쪽으로 마사지한 흔적이 역력하다. 논란의 핵심은 금반지다. 금반지를 조사대상 품목에서 제외함으로써 얻는 지수 하락 효과가 0.25%포인트나 된다. 귀금속을 자산으로 보는 국제통계 기준에 따랐다지만 이 기준은 1993년에 나온 것이다. 18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값이 뛰어 물가지수를 끌어올리자 슬쩍 빼면서 대신 14K 미만 금으로 만든 장신구를 포함시켰다. 금반지는 1948년 물가지수 첫 발표 때부터 자리를 지켜온 품목이다.
이런저런 논리와 기준을 총동원한 결과 지수하락 폭이 0.4%포인트로 과거 지수개편 때(0.1~0.3%포인트)보다 커졌다. 정부가 새 지수 반영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12월에서 11월로 앞당긴 점도 연간 물가상승률 관리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결과적으로 국제비교의 편의성은 높아질지 몰라도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괴리는 더 커지게 생겼다. 정부야 물가를 4% 이내로 잡았다며 자랑하겠지만 꼼수로 분칠한 통계에 어느 누가 박수 칠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민생활은 물론 국민연금 수급액, 최저임금 결정과 임금협상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통계다.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를 동원해 숫자를 낮추는 데 들인 노력과 시간을 실제 생활물가를 낮추는 아이디어 개발에 기울였어야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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