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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정현종 '한 꽃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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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서/ 기막히게 이쁜 여자 다리를 보고/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골똘히/ 그 다리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주 오던 동료 하나가 확신의/ 근육질의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시상(詩想)에 잠기셔서....... /나는 웃으며 지나치며/ 또 생각에 잠긴다/하, 족집게로구나!/ 우리의 고향 저 원시가 보이는/ 걸어다니는 창인 저 살들의 번쩍임이/ 풀무질해 키우는 한 기운의/ 소용돌이가 피워내는 생살/ 한 꽃송이 <시>를 예감하노니......

정현종 '한 꽃송이'

■ '네가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망스'라는 우스개 소리는, 성(性)에 대한 이중잣대를 들추고 있다. 성(性)은 적재적소에서 이뤄지면 사랑이며, 부적절한 방식으로 진행되면 추행이 된다. 성 그 자체는 늘 유혹하고 유혹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숨바꼭질이다. 이쁜 다리를 드러내고 걷는 여자와 그것을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황홀해하는 시인. 유혹은 생겨났지만 아직 마음 바깥으로 그것을 집행하는 행위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인이 훔쳐본 그 다리는 무엇이었던가. 원시가 보이는 창이며 살들의 번쩍임이며 풀무질해 키우는 한 기운이며 소용돌이가 피워내는 생살이며, 한 꽃송이다. 인간의 분별을 넘어, 저 이쁜 여자 다리의 시(詩) 한편을 훔치는 것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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