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수
'꿈속에 숨겨둔 情婦 하나'
■ 정부(情婦)란 말에는 몸냄새같은 콤콤한 무엇이 숨어있다. 왜 사랑은 이토록 숨고 도망다니며 은밀히 무엇인가를 꿈꾸는가. 사랑은 왜 늘 금지된 경계 저쪽에 신방을 차리는가. 사람들은 이같은 사랑의 불온함을 털어내기 위해 결혼이라는 명예로운 사랑을 창안했고 그것은 인류를 안정감있게 해온 관계의 기본틀이 되었다. 정부(情婦)는 부부 관계의 단정한 거실에서 도망쳐 몰래 사랑을 저지르고 싶은 얄궂은 마음이다. 꿈이니 무죄라 하겠지만, 이 시는 '사랑이라고 정의된 사랑'에 대한 본능의 절절한 반란이다. 서럽고 아름다운, 저 여자. 그대에겐 없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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