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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이성복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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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사랑은 사랑하는 / 사람 속에 있지 않다 / 사람이 사랑 속에서 / 사랑하는 것이다 // 목 좁은 꽃병에 / 간신히 끼여 들어온 꽃대궁이 / 바닥의 퀘퀘한 냄새 속에 시들어가고 /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

이성복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아, 저詩]이성복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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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자와 헤어진 뒤, 그 사랑의 행방을 헤아려본다. 사랑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것이 아무 것도 아니었다면, 사랑이란 것이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이라면, 그때 우리가 그토록 기뻐하고 그토록 슬퍼하고 그토록 미쳤던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니, 다르게 생각해보자. 사랑이 실체가 없는 것이라면, 그때와 지금이 다를 게 없지 않은가. 가진 것도 잃은 것도 없는데, 왜 괴로워하며 왜 그리워한단 말인가. 질문은 끝없이 이어져도, 그녀는 없고 내 마음이 아픈 건 달라지지 않는다. 그때 이성복이 다가와 저 시를 속삭여준다. 꽃병에 꽃인 저 꽃을 보렴. 저게 꽃으로 보이니? 저건 목 좁은 꽃병의 퀴퀴한 바닥에 꺾인 꽃대궁을 내려놓고 있는, 꽃의 주검일 뿐이야. 꽃은 어디 있느냐고? 그건 어제의 하늘 속에 있어. 사랑은 나와 그녀의 마음 속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시 사랑이란 가건물 속에 잠시 세들어 살았던 것을.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억장이 무너지듯 더 그립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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