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눈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눈이지만 마지막 눈은 쉽게 단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지막 눈이 내리고 난 이튿날 다시 눈이 오면 마지막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첫눈에 대한 풋나기 연인들의 설렘을 보면서, 그것을 실버용으로 패러디한다. 허연 머리칼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 눈송이, 차가운 손 마주 잡고, 눈 내리는 공동묘지 근처와 이젠 없어진 뮤직홀까지 따라가면 음산하기까지 하다. 마지막 눈이란, 계절의 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랑 위에 떨어지는 눈으로 변주된다. 인생의 눈 내리는 쓸쓸한 날, 진짜 사랑이 필요할 때는 이때가 아닌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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