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제2외국어 첫 시간마다 선생님들은 해당 외국어로 된 노래를 부르면 실기 점수에 반영하겠다고 말씀하셨고, 독어 클래스에서는 항상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Ich liebe dich so wie du mich am Abend und am Morgen... 사랑해선 안 될 게 너무 많아.’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이 독일어가 ‘그대를 사랑해’라는 뜻의 베토벤 가곡이라는 걸 알게 된 건 훨씬 후의 일이지만 어쨌든 영어로 된 팝 하나 외우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 독어로 된 노래라는 건 딱 이 정도 분량이면 족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영화 <매트릭스>를 보며 ‘Du hast’라는 강렬한 독일어 외침에 흠칫 놀랐던 건. ‘Du Du hast Du hast mich’가 반복되는 독어 후크는 마치 중세 흑마법사의 주문처럼 음산하게 귀를 파고들었고, 직설적인 기타 리프에 매캐한 연기를 끼얹은 듯한 사운드와 함께 어우러져 어딘가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팀이 영화 <트리플 엑스> 도입부에서 불쇼를 펼치던 기괴한 밴드 람슈타인이란 걸 알게 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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