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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공간으로 본 하이킥월드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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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3: 짧은 다리의 역습> 54회 MBC 월-금 밤 7시 40분
<하이킥 3: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한국 사회 계급적 현실의 고통을 담아내는 거주공간의 설정들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김병욱 감독의 전작 <지붕 뚫고 하이킥>도 차가운 자본의 도시 서울에서 함께 머물 방 한 칸 마련하려다 결국 이곳을 떠나고 마는 식모 세경(신세경) 가족의 비극을 그린 것이었다. <하이킥3>는 아예 한 중산층 가족의 몰락기를 자기 집에서 도망쳐 나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폐차 직전의 봉고차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살아가던 내상(안내상) 가족은 결국 계상(윤계상)의 집에 빌붙어 산다. 또 다른 중심 가정 지원(김지원)네에도 진희(백진희)라는 군식구가 있다. 그녀는 그곳에서 “진짜 없는 사람처럼” 투명한 존재로 살기도 했다. 계급 사회의 모순은 그처럼 사회 안에서 고정된 자리를 마련하기까지 힘겹게 임시처를 전전하는 인물들의 고통을 통해 드러난다.

어제의 방송에도 그러한 주제가 나타나 있다. 내상은 특수효과 회사를 다시 차리고 싶지만, 턱없이 부족한 자본금 때문에 임시로 엑스트라 동원업에 뛰어든다. 숨쉬기도 힘들만큼 비좁은 사무실 공간과 하루하루 일당을 받는 단역이라는 일은 갈수록 축소되는 서민들의 사회적 존재감을 말해준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또 다른 에피소드의 주인공 영욱(고영욱)이다. 극 초반 진희가 머물렀던, 그가 사는 고시원 쪽방은 안정된 일자리를 꿈꾸며 두 평 남짓한 공간에 유폐된 청춘들의 현실을 물리적으로 와 닿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영욱은 이제 이곳에서마저 짐을 싸서 마지막 도전을 위해 절로 떠난다. <하이킥3>는 24회에서 민폐를 줄이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는 진희에게 “기름은 적게 먹고 연비는 좋은 하이브리드”라는 별명을 선사한 적이 있다. 그것은 최소 조건에서 최대의 산출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법이다. 야심찬 제목과 달리 <하이킥3>의 시선은 그 하이브리드 인간형들의 우울한 현실, 그 최소화된 임시공간에 계속해서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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