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12시께,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전하는 속보가 텔레비전 뉴스 화면 곳곳에 떴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었다. 강변 버스 터미널과 서울역 대합실도 같은 모습이었다. 대합실에 있는 텔레비전에 몰린 수백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놀라움과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남성 옆에서 김정일 사망 보도를 지켜본 한 30대 여성은 "김정일 사망이 앞으로 남북 관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기대가 더 크다"며 "세습 정치의 중심에 서 있던 김정일이 사망했으니 오히려 이게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접한 북한 관련 시민단체들의 반응도 기대감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아마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사망으로 큰 희망을 가지게 됐을 것"이라며 "북한이 그동안 세습 정치를 해오면서 얼마나 많은 주민들의 자유와 생존권을 빼앗았는지를 생각하면 이번 사건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성 북한인권보호연합회 대표는 "김정일 사망으로 북한 내에 큰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아직 구체적인 방향을 가늠하긴 어렵겠지만 독재의 뿌리가 약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해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후 서울 주요 지역 대형마트들은 대체로 조용했다. 생필품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인터넷 카페 등에 '김정일 사망, 라면 사재기해야 하나요?' '김정일 사망 때문에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요?' 등과 같은 글이 올라온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서울 도봉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김일성 주석이 죽었던 1994년엔 전국적으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그 때와는 전혀 다르다"며 "라면이나 물 등 생필품 구매가 급증하거나 다른 특이한 상황이 있는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이날 온라인에서 김정일 사망 소식이 빠르게 퍼지면서 그동안 나왔던 역술인들의 예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엄창용 고산철학관 관장은 2009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이 되면 김정일의 운은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고, 역술인 최봉수씨도 같은 해 "김정일은 2009년과 2010년을 넘긴 뒤 2011년에 떠난다"고 예언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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