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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통을 모르는 통일부의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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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노무현재단이 이번에 조문을 신청했는데, 남북 간 교감이 있는 상황에서 계속 막는 건 정부의 방침이 있는 건가?"(기자)

"답례 차원에서 방북하는 것만 허용한다"(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
"문익환 목사 서거 10주기 때 북한이 조문을 왔다. 그렇다면 문 목사 유족 측이 방북을 원할 경우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방북을 허용하는 기준이 정확하게 뭔가?"(기자)

"거듭 말씀드리지만 답례 차원의 방북만 허용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의 유족은 이 경우다"(박 부대변인)

"질문이 그런 뜻이 아니잖나"(기자)
"답례 차원에서 방북하는 것만 허용한다"(박 부대변인)

22일 통일부 브리핑실에서 박 부대변인과 기자들이 나눈 대화의 일부다. 앵무새같은 박 부대변인의 대답에 대화는 설전(舌戰)으로까지 번졌다.

기자들이 브리핑에서 질문을 쏟아낸 건 단순히 김 전 대통령 유족과 정 전 회장 유족만 방북 허가를 받은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려는 게 아니었다.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조문을 둘러싸고 불거진 남남갈등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친 기억 때문에, 정부의 조문이나 방북에 어떤 원칙이 있는지를 명확히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청와대조차 "현재의 대북기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전향적인 구상을 암시했는데 정작 실무 부처는 방북이나 조문과 관련해 똑같은 대답만 되풀이했다. 

기자들에 대한 브리핑은 사실 국민에 대한 설명이다. 그래서 대변인을 두고 브리핑제도를 운영한다. 물론 국민들에게 속속들이 꺼내보이기 어려운 속사정도 있을 거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경직된 태도는 소통의 진정성에 대한 오래를 부르기 쉽다.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비난이나 비판이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엄이도종(掩耳盜鐘)을 꼽았다고 한다. 소통의 진정성은 아주 작은데서부터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정부 당국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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