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기억나는 사람은 지난 9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50대 중국음식점 배달원 김우수 씨다. 그는 서울 강남의 고시원 쪽방에서 기거하며 배달원 일을 해 한 달에 70만원 정도를 벌어 어렵게 살면서도 어린이재단에 매달 5만~10만원씩 기부하고 이 재단을 보험금 수령자로 하여 4000만원짜리 종신보험에도 가입한 사실이 그의 죽음을 계기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연말을 맞아 전북 전주에서는 익명의 40대 남자가 돼지저금통에 담긴 동전을 포함한 성금 5024만원을 주민자치센터에 맡겼다. 2000년부터 12년째다. 서울 한국구세군 본부에는 90대 노부부가 찾아와 2억원의 후원금을 익명으로 전달했다. 유명인 중에서는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박찬호 프로야구 선수, 가수 이효리 씨 등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기부를 실천했다.
지난해 종합소득 계층별 '소득 대비 기부금 비율'을 보면 연봉 5억원 이상 1.62%, 1억~5억원 1.92%, 8000만~1억원 2.08%, 4000만~8000만원 2.02%였다. 중간소득자에 비해 고소득자가 기부에 덜 적극적이었던 셈이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보면 구두쇠 스크루지가 밤에 유령의 안내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고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깨어난 뒤 마음을 고쳐먹고 그동안 결코 안 하던 기부부터 한다. 마침 세밑이다. 우리의 고소득자 중에서도 더 많은 이들이 기부의 즐거움을 맛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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