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는 그믐의 밤, 잠이 들면 눈썹이 하얗게 변해버린다는 이야기를 믿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손으로 잡을 수도, 눈으로 볼 수도 없는 경계너머로 우수수 넘어가 버리는 시간의 무리들이 흘리는 흔적이 깜빡이지 않는 눈 위에 쌓이는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잠들지 않는 사람들은 하얀 눈썹 대신, 시간의 가루들이 하얗게 빛나는 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상상 했습니다. 짙은의 EP <백야>는 그 밤의 가운데에 터져 나온 고백입니다. 어둠은 눈꺼풀의 뒤편에 있고, 날아가든, 길을 묻든, 눈을 감지 않는 이에게 암흑은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밤을 유예시킨 사람은 지난날 기타와 함께 맴돌던 고민을 피아노 선율에 얹어 “울지 않을래, 피하지 않을래”라는 다짐으로 뭉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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